<벚꽃은 피지 않았다>

 

 

봄날인데도

나무는 떨고 있다

계곡에는

순한 새싹이 돋아나고

그리움은 편지를 적신다

 

가로등 아래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연분홍 치마에는

처절한 기다림이

가득 담겨 있고

보내는 애틋함이

이슬처럼 맺혀 있다

 

첫사랑의 흔적이

잉태의 순간을 맞을 때

삶은 강물처럼 흐르고

또 다른 삶은

강물로 물들고 있다

 

다시 고독해진 언덕에는

목련꽃이 떨어져

처절했던 시간들을 짓밟고

잊혀졌던 추억들을 감싸고 있다

 

벚꽃이 피지 않아도

봄날은 간다

낙엽을 밟지 않아도

가을은 간다

 

꿈을 잃어버린

여인들은 바닷가에 누워

소라 껍질에 사랑을 담아

파도에 던진다

 

아득한 옛날이

바다에 잠기면

깊은 바다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벚꽃이 피지 않아도

우리들의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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