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7)

명훈은 요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이렇게 재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까? 은영을 몇 번 데리고 놀았다는 이유로 개망신을 당하게 되었다. 스타일
을 완전히 구겨버렸다.’
새로 만나 마음에 드는 돈 많은 집 아이인 제니도 이번에 은영이 난리 치는 
바람에 전화도 받지 않고 있었다. 명훈은 가까운 친구 형석과 강남에 있는 
클럽에 갔다. 웨이터의 소개로 두 여자와 합석했다. 그 중 한 여자가 마음에 
드는 타입이었다. 술을 마시고 일행 네 사람은 밖으로 나와 2차로 술을 마셨
다. 명훈은 파트너에게 술에 취해 도저히 움직이지 못하겠으니, 모텔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수고비로 10만원을 주었다. 여자는 명훈이 
돈이 많다고 허풍을 떨었기 때문에 잘 대해주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데려다 
주려고 했다. 모텔 방에 들어가자 명훈은 조금만 이야기하다 가라고 애원했
다.
여자는 명훈을 믿고 모텔방 의자에 앉았다. 10분쯤 지나 여자가 나가겠다고 
하자. 명훈은 갑자기 여자를 붙잡고 침대에 눕혔다. 여자는 안 된다면서 뿌
리쳤다. 명훈은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서 흥분했기 때문에 여자 바지를 벗기
고 그 위로 올라갔다. 여자는 싫다면서 강하게 저항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병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다고 했다.
명훈은 콘돔을 사용하면 된다고 하면서도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그냥 여자
에게 성관계를 시도했다. 여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사태는 여기에서 끝났다. 
여자는 명훈에게 욕을 하면서 명훈의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명훈은 
아직도 술이 덜 깨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술에 취해서 그랬으니 용서해줘요.”
“안 돼, 용서 못해. 신고할 거야.”
여자는 명훈의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했다. 곧 바로 
여자 친구가 왔다. 그때까지 명훈은 술에 취해 누워있었다.
“아니 이 미친 〇 봤나? 유부녀를 강간하면 얼마나 징역을 살려고 그랬어? 
너 몇 살이나 됐니? 이 아줌마는 마흔다섯살이야. 이마에 피도 안 마른 〇이 
애가 둘이나 있는 엄마뻘 되는 아줌마를 강간했어. 콩밥을 많이 먹고 그 안
에서 썩어서 죽어야 해. 자 빨리 경찰서로 가자.”
명훈은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옷을 입고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어요. 죽을 죄를 졌어요. 하지만 안 했잖아요? 하려다가 만 거에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피해자 친구는 매우 노련했다. 맥주집으로 데리고 
가더니 백지를 얻어다가 사실확인서를 쓰라고 했다. 핸드폰으로 녹음하기 시
작했다. 마치 변호사나 경찰관 같았다. 법을 많이 알고 있었고 매우 논리적
이었다.
“자 이렇게 써. 내가 부르는 대로. 알았지. 이 강간범아!”
“예. 쓸게요. 근데 강간범은 아니잖아요? 정말 하지 않았다니까요? 그냥 하
려고 하다가 술에 취해 못한 거예요. 아줌마, 사실대로 말해 주세요. 들어가
지 않은 건 맞잖아요? 아줌마가 콘돔 끼고 하라고 해서 콘돔 찾다가 그만둔 
거잖아요? 그게 어떻게 강간범이예요?”
여자 친구가 갑자기 뺨을 후려쳤다. 멱살을 잡고 파출소로 가자고 했다. 피
해자인 여자는 옆에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노려보는 눈이 꼭 피를 찾는 늑
대 같았다. 무서웠다. 사나운 독사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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