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0)

“검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젊은 검사는 명훈 아빠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같이 온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회계장부 및 문서철, 컴퓨터를 모두 차에 실었다. 명훈 아빠는 당황했다. 친구 변호사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변호사는 재판 때문에 올 수 없다고 하면서 압수수색은 거부할 수 없으니 일단 응하라고 코치를 해주었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압수수색영장을 보여드리지 않았습니까? 회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해서 횡령했다는 것과 뇌물죄 등의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더 이상 자세한 사항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명훈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였다. 이러 때 여자는 더 놀라는 법이다.
“여보. 집에도 수사관들이 와서 모두 뒤지고 있어요. 무슨 일이예요? 우린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이러지요? 누가 투서를 했나요?”
“글쎄. 모르겠어. 전혀 내용을 알 수 없어.”
검찰청 직원들은 명훈 아빠의 자가용과 명훈 엄마가 타고 다니는 차도 모두 압수수색했다. 정말 무서웠다. 검찰 수사가 이렇게 무서울 줄 상상도 못했다. 보통 사람들은 압수수색을 TV에서 잠깐만 보여주고, 수사관들이 ‘검찰’이라고 쓴 압수물상자를 들고 나오는 장면만 보여주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 평소에 압수수색을 전혀 예상하지 않고 방심한 상태에서 회사의 비밀서류, 특히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서류나 자료를 압수 당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모든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징역을 가고, 회사는 망한다.
일반 봉급생활자나 치킨집을 하는 사람들은 압수수색할 것도 없지만, 해봤자 나오는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돈을 많이 벌고, 장부를 조작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끊고,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한 것으로 꾸며놓고, 리베이트를 받거나 뇌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은 압수수색이 가장 무섭다. 명훈 아빠와 명훈 엄마는 초죽음상태가 되었다. 모든 은행통장도 압수되었다. 심지어 명훈 아빠 핸드폰도 압수되었다.
명훈 아빠는 변호사를 만나러갔다. 모든 문제를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형사문제였기 때문에 검사 출신 변호사를 만났다. 대학 친구 집안에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있다고 해서 소개를 받고 선임했다.
아무리 세상에서 전관예우가 나쁜 폐해라면서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고 정치인들도 떠들고 있지만, 그래도 막상 개인적으로 검찰의 특별수사를 받게 되면 하는 수 없는 것 같았다. 검사생활을 오래 한 변호사가 아무래도 대응을 잘 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명훈 아빠도 그래서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일단 검찰 조사에 대비해서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했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에는 변호사 자신이 참여하겠다고 했다. 명훈 아빠와 엄마는 초상난 집처럼 어두웠다. 모든 것이 두렵고 불안했다. 명훈 아빠는 공황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위스키를 꺼냈다. 안주도 없이 독한 술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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