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지하철에서 여자의 속치마를 불법촬영한 범인을 검거하다

 

그런데 그 여자 바로 뒤에서 어떤 남자가 핸드폰으로 여자의 치마 밑을 사진 찍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공칠은 순간적으로 직업의식이 발동했다. 빠르게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가서 거꾸로 올라가고 있는 에스컬레이터로 옮겨탔다.

 

그 남자를 붙잡았다. 앞서 가던 여자는 주변에 있는 다른 남자에게 부탁해서 세워달라고 했다. 공칠이 빠른 속도로 그 남자에게 다가가자 그 남자는 이를 눈치채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거의 그 남자를 붙잡을 상황에서 공칠은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넘어졌다. 공칠은 넘어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악을 쓰고 외쳤다. “강도야! 저놈 잡아요. 강도예요.”

 

그러자 길을 가던 고등학생 두 명이 필사적으로 그 남자를 추격했다. 마침내 그 남자는 고등학생들에게 붙잡혀서 공칠이 있는 곳으로 끌려왔다. 공칠은 넘어져서 무릎이 무척 아팠다.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이 나쁜 놈! 너 때문에 내가 크게 다쳤잖아! 이리 와 봐.”

 

공칠은 남자를 때리려고 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에 따라 공칠은 그 남자의 무릎을 세게 발로 찼다. 그 남자는 무릎을 걷어차이자 앞으로 넘어졌다. 하지만 잘못한 것이 있어서 그런지 그 남자는 대항하지 못했다.

 

고등학생들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112죠. 여기 길에서 강도를 붙잡았어요. 강도가 피해자를 때려서 크게 다친 모양이예요. 빨리 와주세요.”

 

고등학생들은 공칠이 강도사건의 피해자인 줄 알았고, 그 남자가 강도범으로서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공칠을 폭행한 것으로 잘못 알았던 것이었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자, 경찰순찰차가 나타났다. 출동한 경찰관은 강도상해사건으로 신고가 접수되었기 때문에 가스총까지 꺼냈다.

 

남자는 영문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갑이 채워졌다. 공칠은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리고 곧 바로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에스컬레이터 부근으로 돌아가서 그때까지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젊은 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은 주변 사람들이 어떤 치한에 의해 신체 일부가 불법촬영되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공칠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귀하를 성폭력범죄처벌법위반범죄 혐의로 체포합니다. 귀하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경찰관은 배불만(가명, 48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면서 아주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음성으로 말했다. 경찰관이 현행범을 체포할 때 범인에게 말해주어야 하는 피의자의 권리다.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고지사항이다.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에는 매우 중요한 권리로 보장되어 있는 것이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현장에서 체포되는 범인에게 그런 말은 들리지 않는다. 경찰관은 곧 이어 말했다.

 

“주머니속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불만은 경찰관의 요구대로 핸드폰을 꺼내서 주려고 했다. 그런데 핸드폰이 주머니에 없었다.

 

불만이 도망가면서 정신이 없어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다가 땅에 떨어뜨린 것 같았고, 어두운 밤이라 그 핸드폰을 길거리에서 누군가 주워서 가지고 간 것 같았다.

 

불만이 핸드폰이 없다고 하자, 경찰관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불만에게 말했다. “그러면 소지품 검사를 하겠습니다.” 불만은 언뜻 인터넷에서 본 것이 생각났다. “안 됩니다. 압수수색영장을 가져와야 제 소지품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경찰관은 선뜻 불만의 신체에 대한 수색을 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하면 형사소송법에 위반되고 피의자에 대한 권리침해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옆에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공칠이 갑자기 나섰다.

 

“뭐라고! 이 나쁜 놈. 무엇이 어째고 어째, 빨리 핸드폰 꺼내.” 공칠이 불만의 주머니를 뒤졌다. 불만은 공칠을 물리치려고 했지만 물리력으로 공칠을 당할 수 없었다. 경찰관은 옆에서 공칠을 제지하는 척하면서 사실상 내버려두었다.

 

공칠은 일부러 불만의 신체를 강하게 아픔을 느낄 정도로 샅샅이 뒤졌다. 불만의 낭심을 세게 압박했다. 팬티속에 핸드폰을 숨겨둔 것이 아닌가 하면서 급소를 공격해서 통증을 가했다. 불만이 통증 때문에 신음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약간 섹시해서 옆에 있는 여자와 고등학생들에게 민망할 정도였다.

 

결국 핸드폰은 발견하지 못하고 순찰차에 타고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에 인계된 불만은 곧 바로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공칠과 피해자인 여자, 그리고 불만을 체포한 의로운 시민인 학생 모두 참고인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불법한 사진이 담겨있는 불만의 핸드폰이 사라진 이상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이 사건에서 증거는 오직 불만이 여자의 치맛속을 핸드폰으로 찍는 장면을 목격한 공칠의 진술뿐이었다.

 

불만은 경찰서에 가서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자신은 여자의 치맛속을 찍은 사실이 결코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칠에게서 심한 술냄새가 나는 것을 보고 공칠이 술에 취해 환상을 보았거나, 평소 공칠이 다른 여자의 치맛속을 많이 찍고 돌아다녀서 자신이 그 여자의 치맛속을 찍으려고 하다가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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