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인과응보

공철(남, 48세, 가명)은 결혼한 지 15년이 된다. 부인 애영(여, 45세)과 사이에 아들(12세)과 딸(10세)을 두었다. 의류도매상을 하여 돈도 제대로 벌고 있다. 공철은 애영과 결혼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애영과 깊은 애정은 없어지고 그냥 돈을 벌고 자신의 취미생활하는 데 신경을 쓰고 살았다. 그러다가 3개월 전에 거래관계에서 알게 된 숙미(여, 35세, 가명)와 연애를 하게 되었다.

공철과 숙미는 두 사람의 불륜사실을 애영에게는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일요일, 공철은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간다고 일찍 집을 나왔다.

부인 애영은 공철이 젊은 여자와 데이트 하러 가는 사실은 꿈에도 의심하지 못한 채 남편에게 골프 잘 치고 오라고까지 해주었다.

공철 자신은 평소에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애인인 숙미가 등산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숙미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같이 등산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공철은 사전에 등산복과 등산화, 스틱, 배낭까지 비싼 돈을 들여서 승용차 트렁크에 넣어놓고 있다가 산으로 갔다. 서울에서 두 시간 자동차로 달려서 두 사람은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철은 집에서 나올 때부터 애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고 최근에 감기 몸살이 들어 골골하고 있는 부인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골프를 치기 위해 자동차 운전을 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등산을 하기 위해 2시간이나 손수 운전을 한다는 것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숙미는 꼭 소백산을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젊은 애인, 특히 속궁합이 잘 맞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 숙미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소백산을 가고 있는 중이다.

어제 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에 속도 별로 좋지 않고, 콘디션도 좋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앞서 가던 벤츠차가 급정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꽝소리가 났다.

공철은 죽을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오중 충돌사고가 났다. 공철의 앞에 가던 차량 5대가 연쇄충돌을 했다. 공철 차는 여섯 번째로 앞의 벤츠 차와 10센티미터 남겨놓고 겨우 정차했다.

하마터라면 공철은 현장에서 즉사할 뻔했다. 정말 아찔했다. 공철은 사고가 난 차량 정리하는 것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냉철한 숙미가 빨리 산행을 하지고 해서 소백산으로 향했다. 소백산의 가을은 너무 아름다웠다.

숙미는 산행을 정말 잘 했다. 등산으로 다져진 몸매가 돋보였다. 정상까지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갔다가 내려 오는 도중에 산행에 서투른 공철은 수북히 쌓인 낙엽더미를 밟고 미끄러져 나뭇가지에 정강이를 부딪혀 오른쪽 다리가 분쇄골절되었다.

여기에서 공철의 다리가 부러진 원인과 이유, 결과와 어떤 인과관계가 인정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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