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내게로 왔다>

섬이 내게로 왔다
강바람을 따라 다가왔다
내 사랑이 머물렀던 곳에서
천 년의 맹세를 버리고
내게로 왔다
아주 영원히 찾아왔다

내가 섬으로 갔다
그의 고향을 찾아
내 모든 것을 묻고 싶었다
가을의 은유와
겨울의 하얀 순백을
모두 가지고 그곳으로 갔다

섬에 닿았을 때
나는 울었다
내가 첫발을 디뎠을 때
섬도 울었다

섬의 영혼과 내 영혼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더 이상 바라지 말자고
더 이상 떠나지 말자고
뜨거운 눈물이
바다 위로 흘러내렸다

밤이 찾아왔다
갈매기들도 숨을 죽이고
별빛에 떨고 있는
작은 풀잎들도
우리의 밤을 위해
잠들지 못하고 있다

섬이 나를 껴안았다
내가 섬을 껴안았다
섬 안에서 나는
내 안에서 섬은
영원을 꿈꾸고 있다
갈매기들이
우리의 꿈속에서
비상(飛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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