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구속력>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구속을 받는다.’ 사랑은 스스로 상대방의 굴레에 들어가 예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너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사랑의 노예가 되려는 의지를 표현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구속력이다.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상대방에게 일정 부분 노예의 상태가 되려고 하는 심리상태,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주인이 되고, 한편으로는 노예가 된다. 주인과 노예가 하나가 되어 공존한다. 그 균형이 잡혀야 사랑은 완전한 상태가 된다. 만일 이 균형이 깨지면 사랑은 식고, 변화된다. 곧 사랑의 실종으로 이어진다.
롤랑 바르트도 사랑의 이런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내가 만약 나의 예속을 감수한다면, 그 이유는 그것이 내게는 내 요구를 의미하는 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영역에서의 하찮은 것은 나약함도 우스꽝스러운 것도 아닌, 하나의 강력한 기호이다. 하찮은 것일수록 더 많이 의미하며, 더욱더 자신을 힘으로 긍정한다.>
-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125쪽에서 -
사랑은 선한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악인과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한 사람은 사랑을 할 의사도 없고, 자격도 없다. 악인은 어디까지나 사랑을 이용하려고 할 뿐 진심으로 사랑을 할 마음이 없다.
사랑은 선한 사람 사이에서 믿음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인간 행동이다. 사랑의 의지는 두 사람을 일정한 구속상태에 머물게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의 약속을 통해 일정한 부담을 주고, 긴장상태로 만든다.
사랑은 완전한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개인의 완전한 자유를 전제로 하는 사랑은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랑이 아닌 다른 그 어떤 실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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