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4)
명훈이 간 다음, 명자는 명훈의 인간 됨됨이를 보고 너무 실망했다. 그리고 지현이 너무 어리석어 보였다. 저런 못된 철부지, 연약한 인간, 사랑도 모르고, 책임도 모르는 남자를 좋다고 매달리는 지현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 그래서 명자는 지현을 설득시켜 명훈과 관계를 정리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지현은 전혀 달랐다.
“아냐. 지금은 저 사람이 어려서 그래.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절대로 돌아와. 아까 그 여자도 봐. 비싼 돈 들여서 얼굴을 고친 것 같지만 인간미라고는 전혀 없잖아? 그 사람은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 그리고 여자는 외모나 환경보다는 내면으로 얼마나 성실하고 남자에게 헌신하는 지가 중요해. 걱정하지 마. 명훈씨와 상의해서 애 낳고 잘 살게.”
지현의 말은 명자에게는 매우 비현실적이고 공허하게 들렸다. 저렇게 세상을 모르고, 남자를 모르고, 사랑을 모르다니! 정말 한심하고 불쌍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 정의의 여신이 명자의 주먹에서 왔다 갔다 떨고 있었다. 명자는 모처럼 주먹과 발을 썼더니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명훈이 집에 들어가자 난리가 났다. 아빠와 엄마는 거실에서 명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너 꼴이 뭐냐? 누구한테 이렇게 맞은 거야? 그 여자들이 깡패를 데리고 와서 때린 거야?”
“빨리 병원으로 가자. 응급실로 가자.”
“아니예요. 괜찮아요. 내일 병원에 갈게요.”
명훈은 왼쪽 팔목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맞기도 많이 맞았다. 무척 아팠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그 정도 아픈 것은 명함도 내밀 수 없었다.
“너, 그 여자하고 어떻게 된 건지 말해봐.”
“예. 우연히 만나서 몇 번 잤는데 제 아이를 가졌다고 해요. 수술을 하라고 해도 끝까지 낳겠다고 하네요.”
“아니 네 애기가 맞아?”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정숙한 여자는 아니니까. 저 한테 돈을 뜯어내려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저는 그 여자가 싫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으려고 해요. 나이도 5살 많고, 학교도 고졸에 불과해요. 돈도 없는 집 애고, 얼굴도 못생겼어요. 제가 만나지 않으면 저절로 떨어질 거예요.”
명훈 엄마와 아빠는 명훈을 방으로 들여보낸 다음 걱정을 했다. 대학생이라 알아서 하는 줄 알고 내버려두었더니 큰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보통 아이들 같으면 여자가 알아서 피임을 하고 설사 임신을 해도 곧 바로 수술을 할텐 데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무슨 나쁜 의도가 있는 여자 아이 같았다. 하지만 명훈은 아직 어리고 세상 물정을 모르니까 부모들이 나서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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