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오후

차안에서 비가 내리는 것을 본다
잠시 비가 멈췄다
창을 내리니 맑은 공기가 밀려온다

가슴이 열린다
삶이 저 혼자 방황하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자리를 잡는다

부드러운 음악이 퍼지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창공을 난다
먼 곳에서 그리움이 파도 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고
삶의 빛과 그림자가 한곳에서 멈춘 채
회색빛으로 채색된다

광야를 달리는 말떼를 쫓다가
넘어지고 또 넘어진다
아픈 상처를 무릅쓰고
다시 일어나 달린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무엇 때문에 달리는지도 알 수 없다
그냥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두려워
정지와 정체가 싫어서
몸과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다시 고요함에 쌓인다
낯선 시선들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대지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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