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容恕)하는 것

용서(容恕, pardon, forgiveness)란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죄를 꾸짓거나 벌하지 않고 덮어 준다는 뜻이다. 용서를 주제로 한 책은 지금까지 여러 권 출간되었다. 찰스 스탠리가 쓴 ‘용서-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 달라이라마가 쓴 ‘용서’, 에바 깁슨이 쓴‘용서’ 등이 대표적이다.

공지영 작가가 쓴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용서를 주제로 하고 있는 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KBS 2TV에서도 드라마 ‘용서’가 오랫동안 방영되기도 했다. 이처럼 용서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화두로 되어 왔다.

성경에서 죄에 대한 용서는 절대적인 명령이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물었다.‘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번뿐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할지니라’(마태복음 18:21-22)

구약에서는 죄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루도록 하고 있다.‘사람을 쳐죽인 자는 반드시 죽일 것’(출애굽기 21:12), ‘해(害)가 있으면 갚되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데운 것은 데움으로, 상하게 한 것은 상함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라’(출애굽기 21:23-25).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사랑과 용서를 절대적 가치로 강조하셨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죄와 잘못을 보게 된다. 그러한 범죄, 비도덕적 행위,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간접적인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아무 죄도 없이 낯선 사람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 돈을 빼앗기고, 뺑소니차량에 의해 불구가 되기도 한다. 사기범에게 전재산을 날려 부도가 나고 지하방으로 옮기기도 한다. 모든 경우에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용서는 잘못이 전제가 된다. 다른 사람이 잘못을 하지 않으면 용서할 대상 자체가 없게 된다. 잘못이란 무엇일까? 잘못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법에 범죄로 규정된 것만이 잘못은 아니다.

잘못의 판단기준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별 것 아닌 잘못을 가지고 대단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용서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용서하지 못하고 관계를 끊어버리는 경우다.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에는 애당초 용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있고, 용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있다. 이 구별 자체를 잘 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용서를 할 것인가? 용서를 하지 않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용서의 반대개념은 응징이다. 잘못한 만큼 벌을 주고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일반사람들이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이란 법에 의해서 고소하거나 소송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피해를 보았다고 해서 피해자가 직접적인 복수를 하거나 스스로 처벌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국가권력에 기초한 법에 의해 대신 집행된다.

만일 직접 복수를 하고 처벌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매우 어려운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몸이 약한 사람이 맞아 부상을 입었는데, 힘이 센 가해자를 어떻게 똑 같이 때릴 수 있겠는가?

똑 같이 때린다는 것 자체가 처음 가해행위에 대한 정확한 입증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살인범을 이미 죽은 피해자가 대신 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법에 맡겨 응징을 하도록 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금지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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