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거래의 위험성
물건을 사면서 돈은 나중에 주는 경우를 외상거래라고 한다. 실제로 외상거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옛날에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면서 외상거래를 많이 했다. 서로가 믿고 적은 금액의 거래를 외상으로 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계산을 하는 것이 서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몇천 원어치 물건을 사면서 그때마다 돈을 주고 받는 것보다는 외상장부나 수첩에 적어 놓았다가 어느 정도 외상값이 쌓이면 결제를 했다. 그것은 한동네에서 서로가 잘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요새는 사회가 복잡해져서 그런 외상거래는 거의 불가능하다. 백화적이나 마트에 가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음식점이나 술집에 가서 돈 없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면 무전취식에 의한 사기죄로 처벌받게 된다.
물건을 외상으로 사고 나서 외상값을 제대로 갚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사기죄로 처벌하려면 물건을 외상으로 가져갈 시점에서 나중에 약속대로 물건값을 갚을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없었어야 한다.
이러한 변제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은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의해 모든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검사가 증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사가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외상으로 물건을 주고 외상값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매우 아이로니칼한 일이다. 물건값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기꾼의 범죄를 직접 입증까지 해야 하니 말이다. 제대로 입증을 하지 못하면 사기죄로 고소한 사실은 검사에 의해 무혐의결정이 내려진다. 법원에 가서 재판까지 받게 해 볼 수도 없게 된다.
사기범은 사기친 돈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한다.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 나간다.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갈 때는 충분히 갚을 능력도 있었는데, 그후에 어떻게 하다보니 장사가 잘 안되고 우연한 사정이 발생해서 돈을 갚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런 주장에 맞는 엉터리 증거를 많이 만들어 제출한다. 주변에 서로 가까운 사람들이거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사람들로부터 그 정도 증거에 관한 협조는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러면 피해자는 더 이상 할 방법이 없게 된다. 도대체 외상값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문제다.
물건값을 갚을 의사가 없었다고 자백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니, 갚을 능력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건 아주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입증이 불가능하다. 결국 갚을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기범의 일방적인 게임이 되고 만다.
그래서 물건값을 떼어먹혀 망한 상태에서 고소하느라고 시간과 비용만 많이 들인 채 법에 대한 불신, 그리고 사회에 대한 저주만 한 상태에서 모든 것이 끝이 난다. 일반 사람들이 가장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형사사건에서 사기죄의 처리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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