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

맹사장은 통영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우선 죄명이 사기죄이기 때문에 일단은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맹사장은 구치소에 들어온 이후 수많은 사기꾼을 보았다.

물론 개중에는 억울하게 고소인의 무고 내지 허위과장 주장에 의해 자신의 혐의 없음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고 구속되어 들어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런 억울한 사람이 무죄를 받고 나가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사기죄로 구속된 피고인이 제대로 해명을 못하고, 충분한 반대증거를 대지 못하고, 돈이 없어 변호사를 제대로 사지 못해서 그런 수도 있겠지만, 맹사장이 보기에는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인권의식이 부족한 것임은 틀림없었다.

어떤 경우에는 맹사장이 보기에 수사기괸에서 고소인을 위해 청부수사를 하는 것같기도 했다. 고소인의 주장만 듣고, 피고소인의 주장은 묵살해 버린다. 고소인의 꾸며낸 증거자료만 가지고, 피고소인이 억울하다고 울부짖는 부분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경찰에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편파수사를 해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청에 송치하면, 검사는 대체로 그래도 법원에 사건을 넘긴다.

그러면 법원에 가서는 고소인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 다음, 증거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한다.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을 한다.

곧 바로 교도관에게 인계되어 구치소로 옮겨져 감방에 들어간다. 그때부터는 구속상태로 항소심이나 상고심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맹사장이 볼 때 일반적으로 사기죄로 구속되어 들어오는 사람들은 실제 사기꾼인 경우가 많았다. 사기꾼은 구치소에 들어와서도 거짓말을 많이 하고, 밖에 나가 또 사기를 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중에 재소자가 출소한 다음, 같은 감방에 있던 사기꾼에게 걸려들어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있는 것이다. 통영의 입장에서도 경계심을 갖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감방에 있는 다른 재소자들의 죄명은, 횡령이나 배임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폭력범죄, 성범죄 등이어서 별로 경계를 하지 않았지만, 별로 의심하거나 경계를 하지 않았지만, 맹사장의 죄명이 ‘사기죄’인 것을 알고, 즉각적으로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통영은 원래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중퇴를 했다. 통영의 사연인즉 이랬다. 통영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기죄로 구속되면서 집안이 엉망이 되었다.

그 바람에 학교 다닐 때 통영은 오토바이를 타고 중국집 짜장면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체격이 컸기 때문에 남들이 보면 대학생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체격이 크다는 이유로 학교에서는 불량서클의 타겟이 되었다. 통영은 나름대로 성깔이 있었기 때문에, 싸움은 못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불량서클 멤버들에 의해서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때 통영의 아버지는 구치소에 있었기 때문에,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고, 통영 입장에서는 어머니가 충격을 받을까봐 학교에서 당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살아남기 위해서 통영은 불량서클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그래서 나름대로 열심히 서클활동을 하고, 싸움판에도 여러 차례 끌려다녔다. 그런데 아버지 옥바라지를 하는 어머니가 너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통영은 학교 서클의 선후배들로부터 돈을 빌려다가 어머니에게 주었고, 나중에 그 돈을 못갚게 되자, 사기꾼으로 몰렸다.

그 때문에 통영은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토록 다니고 싶었던 학교를 더 이상 못다니고 말았다. 그 후 이곳 저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였고, 그러면서 타고난 머리와 기질을 최대한 활용해서 아주 전문적인 프로 사기꾼이 되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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