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2)
새로운 교도소로 옮겨진 다음, 일주일이 지나자 맹사장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노역을 신청했다. 어떤 종류의 일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일을 해야만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같았고,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비교적 편한 일을 배정받았다. 마당 청소와 정원 관리업무를 맡았다. 처음에는 그 일을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밖에 나가 하루 종일 있어야 했다.
추운 겨울날은 몇 시간씩 밖에 있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역이었다. 더운 여름날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에 있을 때는 맹사장은 심한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래도 죽을 수는 없었다. 이를 악물고 견뎌야했다.
교도소에 들어간 사람들은 두 종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공포에 질려 나올 때까지 벌벌 떨면서 지옥에 들어간 것처럼 지내다가 건강도 잃고 나온다. 다른 부류는 어차피 들어온 것, 자신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열심히 일도 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견뎌낸다. 건강도 지키고, 우울증에도 빠지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교도소 바깥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면서 죽을 생각이나 하면서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환경과 운명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맹사장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감방에 있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생활하게 되었다.
맹사장은 옛날에 고시공부를 한 적이 있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해 매우 깊숙이 이야기를 들었고, 깊은 관심을 가졌다. 맹사장 보다 한 달 있다가 이감을 온 최씨의 스토리를 또 진한 흥미를 끌었다. 최씨의 죄명은 성범죄였다.
교도소에서 성범죄자로 징역을 받고 들어오면, 다른 재소자들의 눈에는 매우 한심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바쁜 세상에 먹고 살기 바쁜데, 오죽하면 다른 여자 아랫도리를 건드려서 징역을 사느냐는 식이다.
특히 욕정을 참지 못하고, 여자를 강간한 남자. 술에 취한 여자를 강제추행하고, 강간을 시도하다 실패한 남자, 자신의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남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길을 가는 여자 50명의 가슴이나 엉덩이를 기습적으로 만지고 달아났던 오토바이맨, 부하 직원을 위력으로 간음한 직장의 상사. 육교나 엘리베이턴 안에서 자신의 OO를 여자에게 보여준 남자 등등...
이런 남자들이 징역을 받고 교도소로 들어오면, 교도관부터 시작해서 그런 사실을 알게 되는 재소자들은 모두 동정보다는 경멸의 시선을 보내게 된다.
물론 같은 성범죄로 낙인찍혀 들어온 같은 재소자들은 그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범죄자들은 한심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맹사장은 약간 달랐다. 최씨가 성범죄자라고 해도 그의 입장에서 그의 사건을 자세하게 알고 싶어했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대부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성범죄자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여자와 둘이 있는 상황에서 남자는 순간적인 욕정에 사로잡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왜 그런 상황에까지 갔던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맹사장은 성범죄자라도 폭력사범이나 뇌물사범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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