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6)
숙정의 남편이 숙정을 죽일 듯이 다구치니까 결국 나중에 숙정은 모텔에서 최고종과 있었던 사실을 시인하고, 숙정의 속옷에서 나온 남자의 그것은 최고종의 것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자신은 간통한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모텔까지 끌려간 것이며, 모텔에 들어가서 잠시 쉬었다가 나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고종이 강제로 했던 것이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남편이 이 말을 믿지 않으면서 그러면 고종을 상대로 강간죄로 형사고소를 하라고 하니까, 숙정은 일단 위기에서 모면하기 위하여 남편이 시키는 대로 고소장을 경찰서에 제출했던 것이다.
고종은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정말 황당했다. 같은 등산회 멤버로서 친하게 지낸 것은 맞다. 그리고 그 여자가 혼자 사는 여자인 줄 알고 세 번 관계를 했다. 그런데 자신이 강간을 했다고 중범죄자로 고소를 해서 징역을 보내려고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인간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간통죄가 폐지되어 비록 유부녀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민사문제지, 형사문제가 될 수 없는데, 어떻게 허위사실을 신고하여 이렇게 크게 문제를 삼을 수가 있는가?
고종은 모텔에서 관계를 하다가 숙정이 갑자기 어떤 사람과 통화를 한 다음 허겁지겁 놀라서 황급히 모텔에서 나갔기 때문에, 그때 대충 눈치를 챘다.
‘아! 이 여자가 유부녀구나. 그런 사실에 대해 전혀 말을 하지 않고 마치 혼자 사는 싱글인 것처럼 행세를 했구나. 이제는 그만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날, 고종은 궁금해서 숙정에게 전화를 시도했으나 숙정은 고종의 전화를 차단해 놓은 것같았다. 그 후 아무리 전화를 해도 숙정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일체 연락이 없었다. 몹시 궁금한 상태에서 일주일 쯤 지나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OO 경찰서인데요. 최고종씨지요? 숙정씨를 강간한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었으니 출석해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곧 바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보이스 피싱으로 오해할까봐 취하는 조치다. 전화를 받는 순간 고종은 뇌출혈로 쓰러질 뻔했다.
갑자기 심장이 멎는 것같았다. 경찰서라고 하는 말과 강간죄로 고소를 당했다는 말, 그리고 경찰서로 나오라는 말을 듣자, 머릿속은 그야말로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저는 강간하지 않았는데요. 그건 잘못된 고소입니다. 그래도 제가 나가야 합니까?”
“예. 일단 나와서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꼭 나오세요.”
고종은 숨이 막힐 것같았다. 숙정에게 전화를 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고종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변호사는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고종이 경찰에 출석해서 강간사실을 부인하자. 경찰에서는 고종과 숙정을 같이 불러 대질조사를 했다. 숙정은 고종의 시선을 피하면서 고개를 숙인 채 자기 주장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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