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사랑
구름을 바라보는 것은 철학적이다. 변화무쌍한 구름은 언제나 동일하지 않다. 끊임없이 변한다. 구름은 매우 다양한 형상을 보이면서 변화한다. 구름이 일시적으로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곧 형상도 없이 사라진다. 하얀 구름이 검은 구름으로 뒤바뀌기도 한다. 비가 내릴 때에는 구름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뜬구름이 바로 그것이다. 창공에 떠있는 구름은 어디론가 흘러간다. 아니면 비가 되어 소멸한다. 지상으로 다시 내려온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창공에 떠있는 것처럼 사랑도 바람을 따라 흘러간다. 그 존재는 영원하지 않다. 지상과 창공 사이에서 인간과 관계를 맺고 있는 구름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사랑은 움직이고 방황한다.
<아름다운 플로렌스, 근엄한 학업과 영화와 꽃의 도시, 무엇보다도 진지한 도시, 미르타의 열매, 그리고 날씬한 월계수의 화관. 빈칠리아타의 언덕,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창공 속으로 구름들이 녹아드는 것을 보았다. 그처럼 구름이 하늘로 흡수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까닭에 나는 몹시 놀랄 뿐이었다. 구름이란 비가 되어 떨어지기까지 그대로 뭉기어 짙어지기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 모든 구름 송이들이 하나씩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 그리하여 남는 것은 다만 창공뿐이었다. 그야말로 신기한 죽음이었다. 창공에서의 소멸이었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53쪽 -
사랑은 때로 구름처럼 허망한 존재이다. 아무런 뿌리도 없이 떠다니는 부평초와 같은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정처 없이 떠도는 집시의 사랑이 나을 수도 있다. 집시의 사랑에는 낭만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허망한 이유는 결국 철저한 이기심 때문이다. 사랑이 주는 효용에 대해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그냥 일시적으로 주는 육체적 쾌감, 정신적 만족감을 가지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이러한 표피적이며 감각적인 존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보다 심오한 정신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특수한 현상이다. 인간의 고도의 정신활동의 표현이다.
<사랑 참 힘든 거구나
이 넓은 세상 나 하나 안아줄 사람
찾는 게 힘든 거구나
쉽지 않은 거구나
사랑하나 갖는 게>
- 서인영, 잘가요 로맨스, 가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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