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
1968년 상영된 정소영 감독의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심금을 울렸다.
젊은 미혼 여자가 기혼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남자의 아내가 나타남으로써 두 사람은 헤어진다.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자는 아이를 낳아 기른다. 아이가 자라자 여자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남자에게 아이를 보낸다.
죽도록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 당하고, 그 후 혼자서 겪는 지독한 아픔과 시련, 자식에 대한 뜨거운 모성애가 영화 전편에 짙게 깔려 있다. 1960년대 말 시대상황이 여성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가부장제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눈물샘을 자극시켜 대히트했다.
물론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 젊은 남녀가 느끼는 가치관과는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기혼 남성이 이혼하고 새로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여성은 숨어서 살아가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남성이 숨겨놓고 두집 살림을 하는 것이 아니고, 돌아서 버리면 아이를 혼자서 키우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외롭고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당하는 비참한 상황이 된다.
이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몹시 냉정했고 일방적인 비난대상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여성은 다른 여성들로부터 동정을 받게 되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비교적?단순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만들어낸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말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비중을 두고 싶다. 서로가 뜨겁게 사랑했던 남자와 여자 사이의 정은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다.
살 속 깊이 자리 잡은 운우지정을 어찌하랴? 그래서 사랑했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서로 헤어지고, 다시 만날 수 없어도 사랑은 변형된 형태로 남게 마련이다.
겉으로는 미워하면서도 꼴보기 싫어하면서도 그?내면 깊이 남아 있는 사랑의 존재는 때로 보고도 싶고, 다시 다가가고도 싶은 모순된?무의식을 내포하게 된다. 그게 사랑의 모순이다. 사랑의 비극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말 다음에 어떤 표현이 들어가야 맞을까? 분명 다시 한번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단어가 생략되어 있는 것인데, 과연 그 말은 무엇일까?
남진이 부른 주제가는 두고 두고 불리워지는 고전이 되었다.
<이 생명 다 바쳐서 죽도록 사랑했고
순정을 다 바쳐서 믿고 또 믿었건만
영원히 그 사람을 사랑해선 안 될 사람
말없이 가는 길에 미워도 다시 한번
아 아 안녕>
- 남진, 미워도 다시 한번, 가사 중에서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없으면 살 수 없다 (0) | 2021.03.11 |
---|---|
봄이 온 것은 너 때문이다. (0) | 2021.03.11 |
이혼할 때는 하더라도... (0) | 2021.03.11 |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자 (0) | 2021.03.11 |
직은 운명 (2) (0) | 2021.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