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3)

“박 기사는 내 애인이었는데, 내 친구 은영을 강간한 나쁜 남자야. 그 때문에 나와 헤어졌어. 그리고 그후 연락이 전혀 없었어. 그런데 최근에 은영이 명훈이라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알고 보니 박 기사가 명훈 아빠 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거야. 박 기사는 은영이 명훈의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명훈 아빠 편을 들면서 은영에게 임신한 아이를 수술해버리라고 공갈을 치고 있어. 박 기사는 은영에게 만일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과거에 박 기사가 은영과 육체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명훈네 집에 폭로하겠다고 공갈을 치고 있다는 거야. 그러면서 박 기사는 나와의 과거까지 내 남편에게 이야기하겠다고 공갈을 치는 거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협박하고 공갈치는 무서운 사람이야 이걸 어쩌면 좋지?”

성균은 정자가 하는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가끔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성균은 주먹을 쥐기도 했다. 얼굴에 심줄이 돋기도 했다. 정자를 쏘아보는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오히려 정자가 더 겁을 먹기도 했다.

“응. 알았어. 정자야. 걱정하지 마. 내가 처리해 줄게. 남자들끼리 이야기하면 다 풀리게 되어 있어.”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 성균은 박기사를 만났다. 그러면서 자신은 은영의 친척이라고 소개했다.
“내가 은영을 보호해야 하니까. 당신은 은영과 명훈의 문제에서 빠져. 알았지!”

“뭐라고! 내가 누군지 알고 당신이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당신이 경찰관이나 검사라도 되는 줄 알아? 그리고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은영이라는 여자가 나쁜 거야. 어린 대학생을 꼬셔서 임신해놓고, 그걸 가지고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거 아냐!”

“그러면 당신이 은영을 강간한 것을 내가 고소하도록 할 거야. 그리고 당신 사장을 만나서 내가 당신 비행을 알릴 거고.”
“마음대로 해. 나는 이미 감방도 갔다 왔고,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는 사람이야. 당신도 나를 협박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거고.”
“나도 감방 갔다 왔어. 감방 갔다 온 게 무슨 훈장 받은 거냐?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신상에 좋을 거야.”

성균은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아 커피숍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갑자기 박 기사가 성균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먼저 공격을 당하자 성균의 본성이 드러났다. 곧 평소 익힌 무술로 박기사를 요리했다. 박기사는 싸움에는 약했다. 성균을 당할 수 없었다.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박기사는 무릅을 꿇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형님! 살려주세요. 안 그럴게요. 은영씨 사건에서 손을 뗄게요.”
“너 같은 O은 죽어야 해. 인간쓰레기야. 왜 사냐? 그만 살 수 없어. 이 나쁜 OO야!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몰라서 그래. 옛날 같으면 사시미칼로 회를 쳤을 거야. 지금은 내가 마음 잡고 조용히 살고 있어 봐주는 거야. 근데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도 왜 하필 돈 없고, 불쌍한 여자 아이들만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고 그러냐? 돈 있는 인간들한테 뜯어내지 않고, 은영은 정말 불쌍한 아이야. 이 나쁜 OO야!”

성균은 무릅을 끓고 아파서 신음하는 박 기사를 훈계하다가 갑자기 또 정의감이 솟구쳐오르자 구둣발로 무릅을 짓밟았다. 그리고 주먹으로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워낙 무술로 다져진 성균의 주먹은 붉은 벽돌도 두 동강 내는 정도라 박 기사의 눈에서는 불이 번쩍거렸다. 아마 뇌세포가 1억개는 사라진 것 같았다.

박 기사의 눈에는 성균이 로마 시대의 검투사 대장 같이 보였다. 인간 세상에서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정의의 전사처럼 느껴졌다. 박 기사는 성균의 탁월한 무술에 놀라서 경의를 표하고 있는데, 성균은 또 오른쪽 손날을 세워 목을 내리쳤다. 목이 휘청거렸다. 박기사는 땅에 머리를 바고 엎드렸다. 오늘이 제삿날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임자를 만난 것이다. 이러다가는 목이 부러지든지, 내장이 파열되든지, 두개골이 박살나든지 인생이 끝날 것 같았다.

“너 마음대로 해. 지금 가서 경찰에 신고를 하든가, 아니면 은영을 만나 사과를 하든가. 알았지? 그리고 이건 은영이 내게 시킨 것이 아냐. 나는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음만 먹으면 손바닥처럼 다 알 수 있어. 너에 대해서는 사실 한달 전부터 내가 뒷조사를 하고 있었어. 알았지! 이 쓰레기야.”

성균은 분이 풀리지 않아서 박 기사 얼굴에 침을 몇 번 뱉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박 기사는 무척 아팠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할 입장은 아니었다.
박 기사는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보름 동안 출근을 하지 못했다. 회사에는 핑계를 댔다. 술을 많이 마시고 가다가 깡패들을 만나 봉변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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