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7)

복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울부짖었다.
“나 같은 인생은 살 가치가 없어요. 죽어야 해요. 핏덩이인 나를 버린 아빠는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엄마는 뒤늦게 나타났는데 얼마 있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고아원에서 버림 받은 인생을 살다가 어렵게 남편을 만났어요. 같은 고아원 출신으로서 서로 아끼고 평생 같이 잘 살자고 맹세했던 내 남자가 그런 나쁜 인간인 줄 몰랐어요. 인간의 탈을 쓰고, 선한 양처럼, 나를 농락했어요. 그런 인간 빼내고 싶지는 않아요. 징역을 오래 살아야 해요.”

“아니 사모님! 왜 그러세요. 사장님은 나쁜 사람 아니예요. 술 때문에 한번 실수한 거예요. 제가 단호하게 뿌리치지 못한 잘못도 크고요.”
스텔라는 복자가 너무 불쌍했다. 같이 울었다.

“아냐. 아가씨는 전혀 잘못이 없어. 그 인간이 악마야. 사람도 아니야. 그래도 내가 그 인간을 감방에서 구해주고 싶은 것은 그 인간도 고아고, 이 세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야. 그것 하나뿐이야. 재판에서 나오면 그 날로 그 인간과는 끝이야. 나를 그렇게 배신하고, 어린 아가씨를 강간한 것이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 다만, 술집을 차리기까지 험한 일, 한해본 것 없고, 고아로서 천대받고 살은 것 때문에 마지막으로 도와주고 긑내려고 하는 거야.”

“복자야. 그러지 마! 신랑도 착한 사람이야. 남자란 때로 실수를 할 수 있는 거야. 술이 원수지. 나도 살면서 많은 잘못을 했어. 남자는 여자와 단 둘이 있으면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어. 복자가 이해해 줘. 아가씨! 미안해요. 복자가 술에 취해서 그래요.”

스텔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풀어졌다. 강간죄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가깝게 지냈던 언니와 동생 관계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늦어서 술집에서 일어났다.

대리기사를 불러서 철옹의 차에 세 사람은 같이 탔다. 먼저 스텔라의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참 가다가 갑자기 스텔라가 말했다.
“사장님! 언니가 너무 취했어요. 먼저 언니집부터 가요. 저는 괜찮아요.”

철옹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리기사는 언잖은 표정을 짓더니 곧 바로 복자의 집으로 핸들을 돌렸다.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떨구고 잠이 들었다. 철옹은 아예 코를 골면서 술과 담배에 찌들은 악취를 조수석에서 내뿜고 있었다.

대리기사는 이번 타임은 정말 재수 없는 팀에 잘못 걸렸다고 이날의 일진을 탓했다. 대리기사는 그렇잖아도 어제 밤 꿈이 너무 나빠서 오늘은 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최근에 코로나 사태 때문에 대리건도 많이 줄어서 마지못해 운전을 나왔는데, 첫타임 손님이 이렇게 재수없는 팀이 걸린 것이었다. 차가 복자집앞에 섰다. 복자가 철옹의 부축을 받고 차에서 내리자 스텔라도 따라 내렸다.

그러면서 철옹에게 먼저 가시라고 했다. 스텔라는 그곳에서부터는 따로 가겠다고 했다. 철옹은 순간적으로 복자가 내리면 스텔라와 철옹 둘이만 차를 타게 되므로 스텔라가 그런 것이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택시비나 하라고 5만원짜리 하나를 꺼내주었다. 스텔라는 자존심을 상해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 철옹이 대리기사와 그곳을 떠나자 스텔라는 복자를 부축하고 복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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