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0)

조영순(23세, 가명)은 어머니가 미용실을 다니고 있었다. 영순이 아버지는 개인 택시를 하고 있었다. 영순과 동생 영희는 그런대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영순이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는 택시를 운전하다가 사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진입해 오는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그 오토바이에는 치킨집에서 배달하는 대학생이 타고 있었는데, 비가 오는 밤에 사고가 났고, 대학생은 중상을 입고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그 사고로 아버지는 자신이 신호위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했으나, 블랙박스도 고장이 나있었고, CCTV상에도 불분명하게 되어 결국 아버지는 구속되어 재판까지 받게 되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대학생은 3대 독자였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군대를 갔다온 복학생이었는데, 이미 결혼 약속까지 한 여자 친구도 있었다. 영순의 아버지가 1심 재판을 받는 도중에 그 대학생은 끝내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로 인해서 사망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매우 억울하다고 펄펄 뛰었지만, 금고 1년 6월의 형을 받고 구치소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감방에 가 있는 동안 영순의 어머니는 헬스장에서 만난 젊은 남자와 눈이 맞아 연애를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아버지 면회도 잘 가지 않게 되고, 나중에 아버지가 감방에서 나와 어머니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심하게 폭행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미 아버지에게서는 정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아버지를 경찰서에 고소할 뜻을 비취자, 아버지는 징역을 살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정폭력으로 재판을 받게 되면, 실형을 살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혼을 한 다음 아버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을 나갔다.

그리고 아버지는 두 번 다시 영순 어머니나 자식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영순은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도 어머니를 너무 미워했다. 그렇지만, 영순과 영희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혼자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와 같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같이 살았다.

영순 어머니가 45살이 되었을 때, 50살 된 유부남이 나타났다. 김개동(金介東, 50세, 가명)은 건축업을 하고 있었는데, 본처가 있고, 자녀도 세 명이나 있었다. 개동은 당시 사업이 잘 되고 있었다.

우연히 영순 어머니, 곽미연(45세, 가명)을 만나서 필이 꽃혔다. 미연은 당시 45살이었지만, 몸매도 처녀 같았고, 얼굴도 가냘프게 생겨 무척 예뻤다. 미용실에 종업원으로 다니면서, 이혼하고 딸 두명을 부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개동은 미연을 위해 편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 무렵 국회의원 선거가 한참이었는데, 개동은 선거운동하는 것을 보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미연에게 A4용지에 자신의 공약(公約)을 타이핑해서 가져다 주었다.

공약 제1조는, 미연에게 아파트를 사서 살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제2조는, 미연에게 미용실을 차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제3조는, 일주일에 최소한 3회 이상 미연에게 사랑의 행위를 선물하겠다는 것이었다.

미연은 그 공약을 읽어보고, 첫째와 둘째 공약은 마음에 들었으나, 세 번째 공약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달에 한번만 하면 되지, 일주일에 3회 이상 한다는 것은, 아무리 돈 때문에 만나주지만 너무 동물적이었다.

그래서 미연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이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개동은 아직 미연의 나이가 젊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만 해서는 참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날 위험성이 코로나19감염위험성보다 훨씬 높아서 안 된다고 했다.

미연은 하는 수 없었다. 그런 관계야 몇 달 하다보면, 남자 쪽에서 힘이 부치던지, 아니면 동일한 파트너니까 새로운 맛이 없어서 싫증이 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공약은 언제나 100% 지켜지는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미연이나 개동은 국회의원도 아니고, 시의원도 아니고, 공기업체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사이비종교단체 교주도 아니니까 대충 써놓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개동은 사업 때문에 지방에 와 있었고, 본처는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어, 완전히 미연에게 몰두해있었다. 일주일에 3번이 아니라, 거의 매일 저녁에 와서 그짓을 하고 돌아갔다.

미연은 개동 때문에 지쳐서 낮에 미용실에서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다.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아오지탄광에 끌려가서 매일 중노동을 하면 지쳐서 쓰러지는 것과 똑 같았다. 미연을 그래도 나중을 보고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했다.

몸에 좋다는 인삼, 녹용도 사서 먹었다. 홈쇼핑에서 나오는 건강보조식품도 주문해서 많이 먹었다. 그랬더니 배만 나오고 살만 찔 뿐이지, 개동으로부터 강요되는 중노동을 감당할 체력은 무리였다.

미연이 나중에는 코피까지 흘리면서 솜으로 코를 막고 있는 상태에서까지 개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한 개동은, 미연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마침내 미용실을 차려주었다.

개동은 건축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용실 인테리어도 아는 업자를 불러서 고급스럽게 잘 해놓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더욱 사랑하는 밀월관계에 들어갔다. 만난 지 1년이 지난 때에, 개동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샀다.

그리고 아파트를 산지 6개월이 지난 때에 그 아파트를 미연 앞으로 등기를 넘겨주었다. 다만, 등기를 넘길 때에 등기원인을 증여(贈與)로 하지 않고, 매매(賣買)를 한 것으로 했다. 은행에 설정되어 있는 근저당권은 그대로 놔두고, 명의만 개동에서 미연 앞으로 넘겨주었다.

그 아파트에서 미연은 두 자녀와 같이 살았다. 미연은 무척 행복했다. 개동과 같은 유능한 사업가를 만났고, 미용실도 차려주어서 원장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에는 월세를 살았는데, 아파트를 사주어서 아파트 주인이 되었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대우가 달랐다.

관리실에서도 주인으로서 깎뜻한 예우를 갖추어주었다. 미용실 손님들도 직원으로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여주었다. 원장이라고 하니까 훨씬 실력도 있어 보이고, 미모가 받쳐주니까 돈도 많은데, 놀기 심심하니까 취미생활로 미용실을 운영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미연은 점차 일하는 것도 귀찮아져서 밑에 직원을 한 명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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