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회상하는 것 (1)

 

사랑은 젊음의 특권이다. 사랑은 늙음과 거리가 멀다. 그게 인생이고 사랑의 본질이다. 나이가 들면 사랑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회상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현재의 사랑이 아닌, 과거의 사랑, 이미 사라져버린 사랑을 추억속에서 다시 꺼내어 혼자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의 체온을 느끼며, 그 사랑으로 인해 다시 흥분하고 열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사랑은 회상하는 것 (2)

 

그렇다고 회상의 대상이 되는 사랑이 모두 완전하였거나, 실제 체험한 것일 필요는 없다. 사랑의 회상작업에는 꼭 진실만이 전제될 이유도 없다. 사랑은 언제나 쌍방향적이고, 대칭적인 형태를 지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랑의 강도가 두 사람 모두에게 똑 같을 수도 없는 것이다.

 

사랑은 회상하는 것 (3)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든, 허용되지 않는 불륜의 사랑이든, 잠시 스쳐지나갔던 하룻밤의 사랑이든, 모든 사랑은 대등한 가치를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므로 깊어가는 가을밤, 우리는 자신만의 창을 열고, 혼자만이 알고 있는 옛사랑을 꺼내 밤이 새도록 음미해보자. 그 사랑의 회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는 것인지는 오직 자신만이 알 것이다.

 

사랑은 회상하는 것 (3)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자신의 저서, ‘사랑의 역사에서 사랑의 회상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사랑을 회상하는 일은 에로티시즘을 초월한 흥분의 기쁨으로서 순수한 고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흥분과 고뇌는 말들을 열정으로 변화시킨다. 사랑의 언어활동은 불가능하다. 적절한 표현이 어렵고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고자할 때에는 암시적인 것이 되어 그 의미는 은유에 실려 흩어져 버린다. 사랑의 언어활동은 문학이다.>

- 줄리아 크리스테바, 사랑의 역사, 김영 옮기, 민음사, 9-

 

사랑은 회상하는 것 (4)

 

크리스테바가 지적하는 것처럼 사랑의 언어활동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리는 흘러간 사랑을 회상할 때 침묵을 지키는 것이 낫다. 그리고 가슴으로 느기고, 감성으로 만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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