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1)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계속적인 정신작용이다. 뿐만 아니라 몸으로, 감성으로 순간 순간 느끼는 육체적 반응이다.
사랑은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형성되어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런 사랑은 끊임 없이 변화하며 성장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2)
인간의 여러 가지 행위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부르는 ‘감정’, 그리고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아무도 사랑을 보거나 만질 수 없다.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실체에 대해 모든 사람이 만족할만한 정의를 얻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 무언지, 사랑을 할 때 무엇을 느낄 수 있는지, 때론 사랑이 죽음을 초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니 알려고 노력해 왔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3)
사랑이라는 현상에서 가장 난해한 부분은, 사랑의 추상성에 있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내가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인지 조차 구별하기 어렵다.
자신이 정신적으로 사랑하는 것인지, 육체적으로 사랑에 빠진 것인지 역시 불분명하다. 좋아하는 감정이 사랑인지, 동경인지, 욕정인지 역시 경계가 애매할 때가 많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4)
사랑의 가변성(可變性)은 사랑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인식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사랑의 강도와 열기는 매 시간 시간 다르다. 어느 때도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지 않는다. 때로 미치도록 만들고, 때로는 단지 편안한 상태로, 경우에 따라서는 의식주와 같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5)
더군다나 사랑에는 변질되는 속성이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사랑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기고 하고, 뜨겁던 고열의 철물이 마침내 딱딱한 쇠로 굳어지듯이 사랑의 본질을 상실하기도 한다.
사랑이 식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언제 사랑을 했었던 것인지 기억 속에 꺼내 음미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6)
이런 사랑의 가변성은 그 어느 현상보다도, 그 어떤 인간의 인식과 행동보다도 특이하며 사랑의 개념을 정의하는 데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는 중요한 특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사랑이 어려운 것은, 사랑의 주체이며 객체인 사람이라는 존재가 동물과 달리 신(神)을 지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7)
사람은 결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신과 같이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몸은 동물과 같은 차원에 머물고 있는 중간 존재이다. 밀림 속의 동물과 같이 약육강식의 살벌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하고, 종족을 보존해야 한다.
매우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그럼으로써 항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냥 동물처럼 먹고 자고 번식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편할텐 데, 그러지 못하는 데서 인간의 비극은 출발한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8)
게다가 정신적으로 보람 있는 일, 미를 추구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의식과 정신 때문에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게 만드는 속성 때문에 인간은 동물과 다른 차원에서 사랑을 이루고자 추구하게 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사랑을 정신적으로 감성적으로 인식하며, 또한 신과는 달리 순수한 정신세계의 문제가 아닌 육체의 결합을 전제로 그 위에 정신적 교감을 추구하려는 아주 어려운 과제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9)
동물의 애정도 아니고, 신의 정신적 사랑도 아닌, 인간만의 정신과 육체의 결합, 두 가지에서 좋은 점만을 추출해서 이상형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종국에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모든 면에서 불충분한 모자이크에 불과한 성과를 내고 마는 것이다. 그 나중의 현상에 인간은 실망하고, 분노하며 대부분 사랑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사랑에서 떠나간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10)
극단의 경우는 실패한 사랑의 미완성작품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던지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사랑탑이 신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오판하고 교만한 상태에서 세상 사람들 앞으로 나가 완벽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그들 역시 늙고 병들어 가면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11)
일부 사람들이 그들의 완벽했던 사랑의 일면을 소설이나, 영화, 오페라, 음악, 미술 등으로 표현해서 전하고 있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은 완벽했다는 그들의 사랑의 완전성과 불변성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12)
인간은 결코 완벽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디엔가 그런 사랑은 존재한다고 믿고 있으며, 다만 이루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하기 어려워도 누군가는 할 수 있는 인간의 가능한 영역내의 문제라고 믿고 있다.
그러면서 거기에 이르지 못하는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고, 원망한다. 완전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전제된다. 신과 같은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신과 같은 완전한 믿음을 줄 수 있어야 가능하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13)
그러면 과연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랑에 대한 명확한 인식, 사랑의 실천방법, 사랑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이다. 단풍나무를 보면서 조용한 사색에 빠져본다. 단풍잎 하나를 따서 손에 넣는다.
사랑은 변하는 것인가? (14)
단풍의 아름다운 색깔을 보면서, 나는 단풍의 따뜻한 체온을 느껴보고 싶었다. 단풍에게서 사랑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나를 사랑하는 단 한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단풍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러나 단풍이 빨갛게 물드는 것은, 성숙과 함께 변화라는 의미에서 내 마음은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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