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울적해질 때가 있다. 살면서 골치 아픈 일이 생길 때가 있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그런 상황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려운 때를 맞게 된다. 내가 아는 사람이 목요일 오후 6시경에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래서 금요일 오전 피의자 접견을 했다. 밤늦에 구속영장이 검찰에 청구되었다.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영장실질심사가 있을 것을 예상되었다.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토요일 오전 9시반경 법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직원들이 확인해 보니 영장이 아직 법원에 접수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휴무라서 사무실은 문을 닫았는데 다시 이런 저런 방법으로 확인을 했더니 검찰에서 영장이 법원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그 문제를 확인하고 처리하느라고 온 신경이 그곳에 가있었다. 영장은 법원에 오후 3시경 넘어왔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에 영장실질심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시 연기되어 월요일 오전에 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말에 이런 상황이 생기면 모든 것이 당직실로 돌아가게 되어 매우 힘이 들어진다. 그래도 많이 수양이 되어 참고 견디며 일처리를 해냈다.
영장실질심사를 오늘 오전에 하지 않게 되어 일단 차를 타고 포천쪽으로 향했다. 포천군 내촌면에 있는 주금산 등산을 하기로 했다. 주금산은 813미터의 산이다. 베어스타운 주변에 있는 산이다. 한시간 정도 올라가서 송전철탑 있는 곳까지 갔다.
산 속에 나무가 많아 숲이 우거져 있었다. 계곡물도 깨끗하게 흐르고 있었다. 가을 날 맑은 하늘을 보며 숲 속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이 상황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흙을 밟으며 올라가는 길은 너무 좋았다. 아주 정취가 있는 곳이었다. 다소 가파른 길을 올아가야 했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났다. 온통 땀으로 몸이 젖었다. 등산객을 거의 없었다. 왕복 2시간 동안 만난 사람은 5사람 정도였다. 아주 고요함 속에서 좋은 산행을 했다.
다른 나무를 휘감아 올라가는 나무들이 많았다. 그런 나무들에 감기어서 그런지 나무둥지가 굵지는 못했다. 그냥 가느다랗게 높이 자라고 있었다. 어떻게 높은 나무위에 걸쳐 올라가는지 신기했다.
쑥을 뜯어 차에 놓았다. 진한 쑥향기가 난다. 어느 향수가 이와 같은 좋은 향기를 풍길 수 있을까? 그건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입구에 큰 절이 있는데 아주 고요했다.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약수물을 맛있게 마셨다.
내려오다보니 작은 연못이 있었다. 연못 주변에 오리가 2 마리 놀고 있었다. 지팡이를 집고 오리를 빠르게 따라갔다. 오리 2 마리가 뒤뚱거리며 도망간다. 장난 삼아 계속 따라 갔더니 한참 도망가다가 연못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건너편으로 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기에 또 따라갔다. 맞은 편에서 작은 개 한마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오리 2 마리는 나와 개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옆으로 빠져 나가면서 큰 소리를 치고 갔다. 덕분에 오리 엉덩이를 오랫 동안 볼 수 있었다.
오리를 보면서 내가 겪었던 힘든 일들은 모두 거품처럼 연못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게 인생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