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후에 한강변으로 나갔다. 비가 내리고 나서 얼마 안 돼서 그런지 강변은 축축했다. 밤하늘의 공기 속에는 사랑이 촉촉히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뒤로 나가서 강변을 따라 걸었다. 한참을 가면 영동대교가 나오고 청담대교에 이르게 된다. 그 다음 잠실운동장을 지나 잠실대교까지 가는 길이 있다.

 

푸른 강물을 밤에 가까이서 보면 무섭게 느껴진다. 어두운 침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말 없는 존재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이다. 다리 밑을 지나면서 보니 다리는 매우 커다란 존재였다.

 

그 위로 자동차들이 달리는 것이다 보니 오죽하겠는가? 사람이라는 존재가 매우 초라하게 느껴진다. 다리 밑에서 다리를 쳐다 보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청담대교 밑을 지날 때 전철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우람한 소리를 밑에서 들었다. 비가 온 다음이라 사람들은 매우 적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적었다.

 

강가에는 밤낚시를 하려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몇 사람 눈에 띄었다. 무슨 고기가 잡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서울의 야경은 몹시 아름다웠다. 한강 양쪽으로 불빛이 연이어 있었다. 가을의 야경을 눈에 담아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의 친구가 간통죄로 현장에서 경찰관에 의해 체포되어 어는 경찰서에 끌려갔다고 한다. 그래서 면회를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다시 연락을 하라고 했다.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간통 현장을 붙잡혀 경찰서에 끌려가 있는 사람의 심정은? 더군다나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끌려가 따로 따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고소인은 부인일 것이다. 함께 살던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하여 잡아 넣으려는 그 심정은 오죽할까?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이 밤을 보낼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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