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이야기다. 철수 씨(가명)는 사촌 동생이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서 신원보증을 섰다. 철수 씨는 보증의 의미를 잘 모르고 그냥 동생이 가져온 보증서 용지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어 주었다. 사실 일반 사람들은 보증서에 도장을 찍는 의미를 잘 모른다. 그냥 인정상 찍어주고 잊어버린다. 설마 어떤 일이 있으랴 싶어서다.
그런데 그 사촌 동생이 회사에서 공금을 10억원 횡령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 그는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것을 두려워 해서 자신의 아파트를 급히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고 받은 대금 3억원을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3남매가 있었는데 모두 출가해서 살고 있었다.
사촌 동생이 다니던 회사에서는 즉시 신원보증인으로 되어 있는 철수 씨의 재산을 찾아 가압류를 하려고 했는데 알아 보니 이미 매도처분해 버린 상태였다. 회사에서는 철수 씨를 상대로 강제집행면탈죄로 형사고소를 했다.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고소를 당하면 경찰서나 검찰청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피의자의 신분이 되는 것이다. 형사절차는 잘못 하면 구속되어 징역을 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철수 씨는 법을 잘 몰라 그냥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고 검사실에 가서 또 조사를 받았다. 그냥 묻는대로 가볍게 생각하고 답변을 했다. 나중에 법원에서 공소장이 날라오고 공판기일소환장이 왔다.
법원에 가서 그냥 자백하는 형식으로 재판을 받았다. 그리고 선고기일을 받았다. 이때서야 이상해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다. 나는 그가 위험한 상태에 있음을 알려 주었다. 결심했던 공판기일을 재개신청하고 다시 재판을 받도록 했다.
그가 강제집행을 면탈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음을 주장하고, 증인들을 세웠다. 이른바 무죄를 다투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미 수사와 재판이 거의 끝난 상태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뒤집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결과 철수 씨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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