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어느 회사에서 잘 나가던 직원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는 주식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돈을 가지고 주식을 해서 수익을 냈다. 약간의 돈을 벌고, 그럼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소문이 퍼졌다.
사람들은 남의 속을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언뜻 보아 괜찮은 것 같으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믿는다. 사무실에 가서 화려한 인테리어를 해 놓고 있으면 상당히 돈이 많은 것으로 생각하고, 고위 공직에 있으면 대단히 괜찮은 사람으로 믿어 버린다.
그 사람이 부도 직전에 있는 사업가일 수도 있고, 뇌물로 부패되어 곧 구속될 공무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치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불행이 생겨난다.
재판 받는 피고인이 주식을 잘 하고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가까운 몇 사람이 그에게 돈을 맡겼다. 돈을 불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는 다른 사람들의 돈도 불려주었다.
그러자 그는 주식의 달인이고 주식투자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커졌다. 나중에는 몇백억원의 재력가인 것처럼 소문이 났다. 그에게 돈을 맡기는 일 조차 부탁을 해야 겨우 맡길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돈을 맡기기 시작하였고, 그는 몇 십억원의 펀드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선물옵션투자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주식시장은 출렁거렸고 그 바람에 그는 많은 손해를 보게 되었다.
결국 그는 투자자들의 돈을 갚지 못하게 되고 조사를 받게 되었다. 변제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돈을 투자받았다는 취지로 사기죄로 구속이 되었다.
돈을 빌려주었던 사람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돈을 몇천만원씩 손해를 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돈을 맡길 때 아무런 서면 약정도 없고, 그냥 돈을 운용해서 이익을 나게 해 준다는 말만 듣고 돈을 맡겼던 것이라 설명하기도 애매했다.
증인들은 변호사나 재판부로부터 심한 추궁을 받았다. 도대체 몇천만원, 몇억원을 빌려주면서 이자나 수익율을 전혀 정하지 않고 그냥 알아서 불려달라는 취지로 돈을 주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피고인이 원금보장을 약속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알아서 원금보장은 해줄 것으로 혼자 믿었던 것이 아닌가?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돈을 착복한 사실은 전혀 없지 않은가? 선물옵션투자는 매우 위험한 투자이기 때문에 시장이 예상과 달리 변해서 투자에 손실을 본 것을 가지고 사기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등등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고 당황해했다. 손해보고 증인으로 나와 추궁당하는 서러운 신세가 된 것이다.
물론 돈을 빌려 남에게 피해를 준 사람의 입장에서는 큰 소리 칠 입장은 못되었다. 그러나 자신이 사기죄라는 점에서는 할 말이 있었다. 선의로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 주식투자로 돈을 불려주려고 하다가 주식시장이 나빠져 손해를 보게 되어 못 갚은 것을 사기라고 모는 것은 또한 납득이 되지 않았다.
돈 거래 이전에는 아주 가까웠던 동료나 지인들 사이가 결국 돈 때문에 원수가 되고 사이가 나빠지게 된 것이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또 법원에 나와 증인으로 증언을 해야 할 입장이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쉽게 돈을 벌 생각을 하지 말자. 주식을 잘못 했다가는 그야말로 신세를 망친다. 애써 모아놓은 돈을 몇 달 사이에 모두 날리게 된다. 그게 주식시장의 생리다. 수많은 기라성 같은 프로들이 모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거대한 자금력으로 주식을 매집했다 팔기도 하는 외국펀드도 있고 국내 금융기관들의 베테랑들이 24시간 주식에 매달려 게임을 하는 곳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전세력들이 주가를 조작하기도 한다. 이런 판에 주식을 어설프게 아는 아마추어들이 증권회사 직원에게 모든 걸 맡기거나 주식아마추어의 도움을 받아 주식으로 돈을 벌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앞이 뻔히 보이는 어리석은 게임이다.
굳이 주식을 하고 싶거든 블루칩 중에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할 시점에 조금씩 사서 장기간 보유하고 있으면 망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돈거래는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기관에 맡겨 놓고 이자를 적게 받더라도 사인(私人)에게 돈을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또한 남의 돈을 맡아 불려준다고 하다가 손해를 보게 되면 사기죄로 처벌받는 수도 있다. 모두 조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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