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바빴다. 사무실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사건에 관해 상의를 하고 준비를 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케이스를 놓고 상대방과 법적 싸움을 준비하기도 하고, 변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복잡한 법적 분쟁에 휩싸이지 않고 한 평생을 살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세상이 자꾸 복잡해지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다른 사람과 법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먼 지방에서 올라온 H 사장의 딱한 사정을 들었다.
비싼 이자를 물면서 돈을 빌려 썼는데 나중에 보니 갚은 돈을 또 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채업자는 그 지역의 토착세력으로서 돈도 많고 힘도 세다는 것이다. 평소 돈 거래에 있어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함정은 있게 마련이다. H 사장은 꽤나 인간적인 사람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아서 그런지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렇다.
일수통장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았다. 매일 매일 원리금을 갚아 나가면서 도장 하나씩을 받아두는 것이었다. 빛바랜 일수통장에 힘든 애환이 서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싼 이자를 갚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점심 식사는 강희제 중국식당에서 같은 동료들과 함께 했다. 비가 내렸다. 우산도 없이 나갔다가 비를 조금 맞았다. 점심 세트메뉴가 2만원 짜리와 2만5천원 짜리가 있다. 우리는 2만원 짜리를 시켰다. 맵지 않은 하얀짬뽕이라는 식사가 있어 주문을 했다.
어느 일간지 오피니언란에 내가 쓴 글이 실렸다. 몇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문에 난 내 글을 읽었다는 사람들이었다. P 선생, K 선생, 그리고 대전의 오홍진 선생님 등의 전화를 받았다. 반가웠다.
퇴근 후에 삼성의료원에 갔다. 고등학교 동문인 C 선배의 장모상에 문상을 갔다. 친구인 문 변호사와 후배 이 변호사를 만났다. 바로 옆 상가에는 연수원 동기인 윤 변호사의 부친상이 있어 문상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계속 내렸다. 운전하기도 힘이 들었다.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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