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의 손해배상책임
나는 그동안 수많은 건축사와 만나 법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사건에 관해 상담도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건축사가 민사소송을 당한 경우, 수사나 형사재판을 받는 경우 또는 건축사법에 따른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 등에 관해 변론을 맡거나 소송대리를 위임받아 사건처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건축사가 소송에 휘말리면,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사건이 끝날 때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아무리 변호사가 열심히 해주고, 걱정 말라고 위로를 해주어도 소용 없다.
왜냐하면 사건에는 반드시 상대방이 있고, 상대방도 똑 같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우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경찰이나 검사가 상대로 나선다. 징계처분사건도 마찬가지다. 징계권자가 자신이 한 징계처분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고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특히 설계나 감리를 해주고 실제 받은 설계비나 감리비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의뢰인은 나중에 건축물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또는 건축물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받은 보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정도의 많은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한다.
이럴 때 건축사는 변호사도 선임하느라고 비용이 들고, 그 재판에서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고생해야 하며, 그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져 자신의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건축사가 법원이나 검찰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등기우편물을 수령하게 되면, 가슴이 철렁한다. 우선 놀라게 되는 것이다. 상대가 써서 법원에 제출한 소장부본이나 준비서면, 그리고 증거자료를 보면 간이 떨린다. 많은 경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허위과장된 증거자료를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년 전, 또는 몇 달 전의 사건에 대해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가 거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미 다 끝난 것으로 알고 자료를 폐기하거나 제대로 보관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소송이 걸려오면 건축사는 입장이 참 난감하게 된다.
평소에 계약서나 관련 자료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넘어간 경우에는 심각한 입증곤란상태가 된다. 하지만 법은 증거재판주의이기 때문에 말은 필요가 없다. 증거 없으면 아무리 억울하다고 펄펄 뛰어도 소용 없다.
건축주는 일단 완공된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는데,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다.
하지만 건축주가 시공업자만 상대로 건축물에 발생한 하자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되는데, 건축주는 설계한 사람 또는 감리한 사람까지 민사소송에서 피고로 걸어서 부진정연대책임의 형식으로 건축사까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일부 사건의 경우에는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공사업자는 영세업자로서 소재가 파악이 되지 않거나, 법률상 무자력자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건축주가 시공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배상판결을 받아도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실익이 없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시공업자는 자신도 피고로 되어 있는 소송에 나오지도 않고, 건축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건축사 혼자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다투어야 한다.
그런데 시공업자가 제대로 협조를 해주지 않는 경우에는 건축사 혼자서 설계 및 감리를 제대로 했고, 건축물의 하자에 대해 건축사로서는 전혀 책임이 없다는 주장과 증명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만일 패소하게 되면, 판결문에는 시공업자와 건축사가 연대하여 건축주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주문이 나오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자력이 없는 시공업자는 상대하지 않고, 그 판결문을 가지고 오직 건축사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해서 돈을 받아간다.
그러면 일단 건축사는 모든 손해배상을 건축주에게 하고 나서, 다시 내부적으로 시공업자와 따져야 하는데, 그때 가서도 시공업자는 어차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면, 민사문제는 재산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건축하는 일단 건축사로서 일을 할 때, 처음에 설계감리계약을 제대로 철저하게 체결하고, 설계와 감리업무를 수행할 때도 잘못이 없도록 철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증거자료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대충 믿고 적당히 계약 체결하고 설계감리업무를 했다가는 큰코를 다치게 된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재가 발생한 경우의 임대차관계 (0) | 2021.01.07 |
---|---|
부부 사이의 재산분할약정의 효력 (0) | 2021.01.07 |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명예훼손책임 (0) | 2021.01.07 |
<사랑학> 이야기 (0) | 2021.01.07 |
페북 /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 (0) | 2021.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