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애인을 강간했다는 남자에 대한 사설재판이 끝나고 판결선고를 기다리다
애국가 제창이 끝난 다음 선국 순열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그 다음 본격적인 심판절차에 들어갔다. 먼저 심판장인 경호책임자가 음복수에게 물었다.
“당신은 애인이 나질속과 정을 통했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나?”
심판관들은 무조건 당사자나 증인에게 반말을 쓰는 것이 허용되었다. 대신 당사자나 증인은 심판관에게 깍듯하게 존경어를 써야 한다. 특별심판절차이기 때문이다.
“예. 존경하는 심판장님! 저는 마지막에 감방에서 징역 3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감방에 들어갔을 때에는 이 여자가 거의 매일 면회를 왔습니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점점 면회 횟수가 줄더니 나중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 오다가 그후에는 아예 면회를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낸 편지도 받지 않았습니다. 제가 출소해서 애인집을 찾아갔더니 이사를 갔습니다. 알고 보니 이 남자의 첩이 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음복수가 말을 마치자, 심판장은 버럭 화를 냈다. “여기가 어디라고, 네 놈은 눈을 똑바로 뜨고, 재판관들을 째려보고 진술을 하는 거야? 고개를 숙이고, 음성을 낮춰라. 알았지?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고. 너희들이 제대로 해야 이 재판이 권위가 있는 거야.” 심판장은 군기를 바짝 잡았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대했다가는 심판장 알기를 우습게 알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질속, 당신은 이 여자와 정을 통한 사실이 있는가?”
“예. 같이 좋아서 잠자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강간한 것이 아니고, 이 여자가 외롭다고 하면서 저에게 다가와서 자연스럽게 정을 통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첩은 아닙니다. 제가 이 여자에게 방을 얻어준 것도 아니고, 가끔 만나서 연애만 했던 것인데, 무슨 첩입니까?”
“너는 어떻게 된 거야? 한번 말을 해봐!”
심판장은 완전히 반말로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는 갑자기 반말을 들으니 기분이 언짢아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꼼짝을 못했다.
“아닙니다. 나질속씨가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음복수씨가 감방에 갔을 때 제가 면회 다닐 때 나질속씨가 차를 태워준다고 해놓고, 어느 날 커피에 수면제를 타서 저에게 먹이고 강간을 했던 것입니다. 제가 잠에서 깨어보니, 나질속씨 자동차 안이었고, 제 하의가 벗겨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나쁜 짓을 했느냐고 따졌더니 하지 않았다고 잡아뗐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가 제 안에 한 것은 확실합니다.”
“나질속이 강제로 했다는 증거는 있나?”
“그날 제 일기장에 써놓았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습니다. 초등학교 때 백일장에 가서 상도 탔습니다.”
“일기장은 지금도 가지고 있나?”
“아닙니다. 복수씨가 감방에서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무서워서 일기장을 한강에 던져버렸습니다.”
“나질속은 지금까지 이 여자와 총 몇 번이나 관계를 했나? 솔직하게 말해 봐!”
“예. 20번 정도 한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모두 120번 했습니다.”
“아니, 이 놈들 어떻께 100번이나 차이가 나냐? 그짓은 둘이 같이 해야 한번으로 치는 건데. 너희들은 계산법이 다른 모양이군, 그래, 음복수는 지금 나질속을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건가?”
“저는 나질속을 거세해주기를 바랍니다. 만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나질속의 부인과 제가 120번 성관계를 하겠습니다. 이런 저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저는 나질속을 죽이거나, 얼굴을 망가뜨려놓겠습니다.”
심판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네 의견만 말하면 돼.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그리고 심판결정에는 절대복종하겠다고 서약서를 써놓았잖아?”
“예. 알겠습니다. 존경하는 심판관님들의 현명한 판단에 절대복종하겠습니다.”
“나질속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음복수가 원한다면 제 부인과 음복수가 120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당신 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할텐데. 부인이 동의를 해줄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부인은 당연히 동의를 할 것입니다. 제가 안해주니까, 이 남자가 대신 해준다면 좋아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벌어다주는 남편이 돈을 안줄거니까요.” “자. 그럼 이상으로 조사 및 심판절차를 마치기로 한다. 일주일 후에 판결을 선고할테니까 일주일 후, 낮 12시에 다시 이 장소에서 만나자.”
야외 심판절차는 이렇게 끝났다. 음복수는 신이 났다. 잘 하면 나질속 부인과 120번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을까? 한편 나질속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부인이 승낙을 할 것 같지 않았다.
심판관 세 사람은 심판을 마치고 판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토의하기 위하여 3박 4일 합숙을 들어갔다. 공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여러 각도에서 토의를 해서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결을 하기 위해서 어떤 때는 맑은 정신으로 밥도 먹지 않고 토의를 했다.
어떤 때는 머리가 잘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세 사람은 빈속에 <처음처럼> 소주 각 세병씩을 마시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격렬하게 토론을 했다.
어떤 때는 이 사건이 결국 섹스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실감을 나게 해야 한다면서 모텔방에서 야한 비디오를 틀어놓고, 신음소리를 들어가면서 토의를 했다. 최종 의견을 들었다. 먼저 여자 경호대원이 의견을 냈다.
“이 사건은 여자 말을 믿을 수 없어요. 분명이 여자가 먼저 꼬리를 친 것 같아요. 여자가 꼬리를 치는데, 안 넘어갈 남자가 있나요? 그리고 음복수, 이 사람은 전과가 많아요. 돈도 없고 건달인데, 무슨 애인을 관리할 자격이 있어요? 저는 나질속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음 심판관이 말했다.
“저는 나질속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생긴 게 색골이고, 여자가 애인이 전과 18범인데, 함부로 바람을 피겠어요? 나질속을 거세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앞으로 재범을 할 위험성이 없고, 선의의 피해자가 더 이상 안 나올 것 아닌가요? 그리고 내가 보기에 나질속은 지금까지 수십명의 여자들과 원없이 그것을 사용했을 거니까, 거세를 해도 크게 억울할 것이 없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정반대되는 의견을 들은 심판장인 경호책임자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의견은 어느 한쪽의 말만 믿고, 다른 쪽의 말은 배척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재판의 원칙에 맞지 않아요. 그러니까 음복수와 나질속, 두 사람이 비무장으로 맨손 격투를 벌이도록 한 다음, 그 결과를 보고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천만원을 물어주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합의부재판이었지만, 심판관 두 사람은 심판장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심판장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판장은 겉으로는 온화해서 언뜻 보면,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강의하는 교수거나 노숙자 같았다. 아니면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점을 봐주는 산신령 같았다.
그런데 만일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갑자기 머리를 벽에 세게 들이박는데, 본인이 의식을 잃을 때까지 계속 부딪히는 습관이 있었다. 옆에서 말려도 소용 없었다. 머리에서 피가 나도 의식이 있는 한 끝까지 박았다.
이런 심판장의 성격도 모르고, 지나가던 사람이 심판장을 붙자고 붙잡고 말렸다가 심판장은 그 사람의 머리까지 같이 동시에 벽에 부딪혀 두 사람이 같이 기절해서 구급차에 같이 실려간 적도 있었다.
<타인의 여자! 함부로 사랑하면 큰일 난다. 가시가 숨어있는 장미다. 그 여자의 남편이나 애인이 권리를 주장하는 날이면 완전히 박살난다.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그 여자의 남자는 칼자루를 쥔 갑이고, 바람을 핀 남자는 칼끝을 잡고 있는 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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