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야 할 곳>
눈이 하얗게 쌓이던 밤
작은 발자국이 보였다
붉은 눈을 가진 하얀 토끼처럼
순백의 순결이 내렸다
너는 그렇게 눈속에 안겼다
불타는 밤에도
아무리 불꽃이 튀겨도
빙점의 차가움은 녹지 않았다
연한 초록의 순이 솟아나고
네가 둥지를 튼 그곳에는
밤새 낯선 철새가 방황을 멈추고
공감의 눈물을 흘린다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는 건
영원이 순간으로 정지하는 건
바로 너 때문이야
너의 미소와 눈물로
심장이 떨리다가 멈춘 거였어
오페라의 유령처럼
너는 보이지 않았어
어디선가 바람이 불면
모든 낙엽이 한 곳에 모여
그곳에 네가 있어
너의 마음이 떨어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