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열차>

꿈을 꾸는 것일까
영혼이 겨울 파도를 타고 있다
끝없이 밀려오는 바닷물에서
너의 향기에 취한다

삶의 힘든 변곡점에서
동행은 위로를 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도
너와 함께 있음은
새가 보낸 선물이다

창가에 기댄 것처럼
네게 기댄다
햇살이 유난히 밝은 건
시선이 너를 향해서다

그리워하지 않아도
거친 저항이 숨을 죽여도
들국화는 저절로 피어난다

멍한 상태에서
열차의 진동을 느낀다
빠르게 움직이는 건
쇳덩어리가 아니라
내 작은 열정이다

눈을 감으면
홋카이도 설국 열차에서
바닷가 풍경이 보인다
낯선 삶의 조각들이
갈매기떼처럼 맴돌고있다

우리가 방황하면서
군데 군데 뿌리고 남겼던
선과 악의 흔적들이
얼음 조각으로 차창에 부딛히고 있다

무엇을 사랑했던가
그토록 집착하면서
가슴 조리고
눈물을 쏟아부었던
대상의 정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절망하지 않는다
슬픔도 없다
내가 사랑했으니까
내 영혼이 접속했으니까

열차는 곧 침묵한다
목적이 끝난 후에는
모든 것은 상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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