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정
우리의 항해는
숲속에서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햇살을 가슴에 담은 채
풀잎을 밟으며
사랑을 향해 나갔다
우리의 가냘픈 떨림은
새벽에 전해졌다
아무 미련도 없이
밤을 새웠던 동굴에서 나와
사랑의 꽃잎을 찾아 나섰다
우리는 시선을
멀리 산 너머에 둔 채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 앞에서 생명을 느꼈다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운명적인 그림자를 밟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돌에 새겼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던 것일까
배 위에는 갈매기들이 지쳐 쓰러져있고
새로운 사랑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조각들이
한쪽에 쌓인 조개껍질들 속에서
뒹굴고 있는 오후에
우리는 곧 항구에 닿는다
사랑의 묘비명을 낯선 항구에 남기고
다시 먼 여정에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