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신가요?>

오래 전부터 꿈꾸었던
그 정원의 꽃길
그곳에서 거닐던 늦은 밤
눈이 초롱초롱한
작은 사슴 한 마리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진흙투성이 벌판에서
그냥 바람에 실려
내 마음이 흘러간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나는 추락할 지점을 살피고 있다
그때 초원에서 메아리가 울렸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무표정한 실존의 더미에 쌓여
광활한 주차장 안으로 던져졌다
형형색깔의 차들 안에서
연인들이 공허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대상 없는 지점으로
내 마음이 끌려들어가고 있다
별로 화려하지 않은 카페에서
너는 묻고 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벌써 너는 내 가슴 속에 침투했다
영혼의 일부를 잠식한 너는
아주 미세한 사랑의 세포를 뿌리고
내게 사랑의 진실을 묻는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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