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순정 (1)
어두운 밤에 집밖에 나가니 목련꽃이 땅 위에 떨어져 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꽃은 언젠가 떨어진다. 떨어지기 위해 세상에 나오는 것인지 모른다. 떨어진다고 해서 꽃이 아닌 것은 아니다. 땅에 떨어져 눈물을 흘리고 있어도 꽃은 꽃이다.
목련꽃 순정 (2)
꽃이 꽃인 이유는 바로 그 강한 색깔에 있다. 눈에 확 띄는 강렬함은 꽃이 보여주는 색깔 때문이다. 목련은 하얀 순백의 색깔로 우리를 유혹한다. 떨어져 있는 목련꽃잎들은 하나하나가 사랑의 밀어를 상징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나누었던 그 사랑의 밀어들이 밤하늘에 떠다니고 있었다. 그 언어들은 마치 장난처럼 목련꽃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목련꽃 순정 (3)
‘사랑처럼 힘든 일이 있을까?’ 문득 눈물이 났다. 목련꽃을 바라보면서 4월의 사랑을 떠올렸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친다. 그 사랑이 파도를 타면 함께 흔들거린다. 아무 것도 붙잡을 것이 없는 서글픈 사랑 앞에서 사람들은 때로 운명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목련꽃 순정 (4)
그 사랑이 떠나면 남는 것은 허망한 상실감뿐이다. 그래서 사랑에 집착한다. 목숨처럼 집착하지만, 그 사랑은 나름대로 갈 길이 있다. 사랑이 떠나면 목련꽃도 진다. 가지에서 떨어진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닐까?
목련꽃 순정 (5)
그렇지 않다. 아무리 떨어진다고 해도 꽃은 어디까지나 그 나무의 꽃이다. 사랑이 어디론가 떠나갔다고 해도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생명이 있는 한, 사랑은 그 생명의 곁에 꽃잎처럼 붙어 있다. 사랑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사랑은 한번 사랑한 이상,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 깊은 뿌리를 내렸고, 영혼 속으로 깊이 침투해 들어갔기 때문이다.
목련꽃 순정 (6)
목련이 떨어진다고 해서 봄이 가는 것은 아니다. 땅에 떨어진 목련 때문에 4월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사랑 때문에 행복했었다.‘우리의 사랑 때문에 봄꽃은 더욱 화사했고, 봄날은 더욱 가슴 속에 파고들었다.
목련꽃 순정 (7)
사랑을 품었던 가슴을 다시 꼬옥 껴안아본다. 가슴 속에 무언가 꿈틀거리며 진한 향기를 내품고 있다. 사랑이 타오르는 밤에, 모닥불처럼 불티가 솟아오르는 시간에 우리는 다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목련꽃 순정 (8)
“그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왜 그랬을까? 아무도 모른다.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만 이해할 수 있으니까. 바람이 불어오면 다시 목련은 떨어질 것이다. 나는 그 목련이 땅에 닿기 전에 내 손을 벌려 푹신한 카펫을 깔아주려고 한다. 목련은 사랑을 위해 이미 모든 것을 다 바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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