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프랑스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여자가 술집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다
윤철희(38세, 가명)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프랑스에 유학까지 다녀왔다. 서울에서 돈 많은 부잣집 외아들과 연애를 하여 약혼까지 했다. 그런데 철희는 파리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혼자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멋있는 프랑스 남자를 만나서 깊은 사랑에 빠졌다.
6개월간 진한 사랑에 빠져 행복했는데, 그 프랑스 남자는 천하의 바람둥이였다. 철희를 임신시켜 놓고 책임질 수 없다면서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철희와 연애를 하면서도 동시에 프랑스 여자 1명, 영국 여자 1명, 스코틀랜드 여자 1명, 중국 여자 1명과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면서 중국말과 한국말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철희는 죽고 싶었으나,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무명화가들의 삶을 보면서 더 그림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애인이었던 프랑스 남자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홧병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와서 낙태수술을 하고, 다시 약혼남을 만났다. 약혼남은 여전히 철희에 대한 사랑이 변하지 않고 있는데, 철희 입장에서는 프랑스 남자의 세련된 멋, 우아한 사랑을 겪은 실존의 체험 때문에 한국 남자의 미숙한 사랑 앞에서 감성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약혼남을 만나서 무드 없는 섹스를 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어졌다. 가끔은 약혼남과 관계를 할 때 철희는 본인도 모르게 프랑스 애인을 상상하면서 흥분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프랑스 말로 감정을 표현했다. 약혼남은 영문도 모르고 철희가 프랑스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잠자리할 때도 프랑스말로 감정 표현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철희는 한국 남자에게는 마늘 냄새가 나는 게 싫어졌고, 프랑스 향수 냄새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모든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한국의 약혼남과 결별했다. 그 후 철희는 자유분방한 태도를 가지고, 무명 가수와 동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명 가수는 이상하게 항상 자신이 가수로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 때문에 불안해하고 초조해했다.
처음에는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감성이 통하거니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남자는 철희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과음을 해서 술에 취하면 철희에 대한 콤플렉스가 발동되었다.
철희는 무명 가수를 피해 도망갔으나, 그 남자는 집요하게 철희를 쫓아다녔다. 잘못하면 생명의 위협도 받을 상황까지 되었다. 결국 철희는 그 남자를 형사고소했고, 그 남자가 감방에 가면서 겨우 헤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살다가 철희는 양주바에 나가서 일을 하다가 경목월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경 사장은 철희가 서양화가라는 사실과 프랑스에 가서 공부를 했다는 사실, 그리고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여자로서의 매력이 넘친다는 것 때문에 첫눈에 반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그 술집에 가서 철희를 꼬시기 위해 공을 들였다. 철희는 바에 나가 일은 하고 있었으나 쉽게 몸을 주는 여자는 아니었다. 철희와 한번 해보려고 줄을 선 건달들이 50명이 넘었으나 철희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 바에 다른 종업원들이나 마담은 남자들이 원하면 이차를 나갔으나 철희는 자신의 원칙을 선언하고 절대로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 돈을 받지 않고 마음에 드는 손님이 있으면 같이 나가서 잠을 자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철희는 그런 것 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바에 나가는 것은 어디까지니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곳에서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난 사이에서 성관계를 가지면 여자는 추해진다는 것이 철희의 소신이고 가치관, 성도덕관이었다. 이런 철희의 소신 때문에 그랬는지 남자들은 더욱 더 철희에게 매달렸다.
철희는 그 바에서 이런 점 때문에 돋보이기도 했지만, 다른 여종업원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 손님들에게 철희가 다른 여종업원들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깨끗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경사장도 이런 철희에 대한 경쟁 대열에 참여하게 되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철희는 정복하려고 굳게 마음 먹었다. 그래서 일단 자주 바에 갔다. 한번 철희를 자리에 앉히고는 그 다음부터는 철희를 부르지 않았다. 일부러 다른 여자를 불러 앉히고, 그 여자에게 잘 해주었다.
팁을 두둑하게 주었다. 그리고 그 여자 때문에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것으로 마담에게 이야기했다. 철희가 혹시 목월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다른 일행을 시켜 못 앉게 했다. 그렇게 해서 철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목월은 친한 친구를 시켜서 철희를 술에 취하게 해서 모텔로 데리고 가도록 했다. 철희는 술에 취해 목월의 친구와 부근에 있는 모텔로 갔다. 목월은 우연히 이런 사실을 안 것처럼 꾸면서 모텔방에 가서 친구와 싸움을 하고 친구를 방에서 내쫓았다.
그리고 철희 혼자 모텔에서 있다가 술에서 깬 다음 나오도록 했다. 철희는 이런 사실을 알고 목월에게 신뢰를 하게 되었고, 고맙게 생각했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서 그 후 목월은 철희를 당연한 파트너로 자리에 앉히게 되었고, 철희가 서서히 마음을 열자 애인으로 만들었다.
철희는 이미 프랑스 남자의 매력을 맛보았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그 어떤 한국 남자에게서는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 경목월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경 사장이 철희에게 잘 대해주고, 잠자리를 열심히 최선을 다해도, 철희의 깊은 애정은 생기지 않았다.
다만 철희는 경 사장이 자신에게 돈을 잘 쓰는 것을 보고, 돈이 많은 경 사장의 눈에 들어 팔자를 고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철희는 경 사장을 데리고 자신이 잘 아는 사주 관상가에게 갔는데, 그 관상가 하는 말이, 두 사람은 속궁합이 잘 맞고, 두 사람이 꾸준히 속궁합을 맞추고 있으면 무병장수해서 철희는 앞으로 62년은 충분히 건강하게 성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크게 들떠 있었다.
철희가 지금 38살이니까 62년 후면 꼭 100살이 되는데, 어떻게 그때까지 성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느냐고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했다. 그랬더니 주변의 사람들이 그 사주관상을 보는 역학자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거결과예측을 하고 있는데, 그 역학자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100% 된다고 예언을 했고, 그것도 선거 1년 전에 이미 예측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만일 자신의 예언이 틀려서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은 오른손 새끼손가라을 절단해서 미국 백악관에 소포로 보낼 것이라고 하는 서약서를 써서 공증을 받으러 갔다고 한다.
그런데 공증사무실에서 그런 공증은 해줄 수 없다고 해서 공증까지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그 역학자는 자신의 예언과 손가락절단예고내용을 붓글씨로 크게 써서 자신의 방에 붙여놓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예언과 서약서를 보면서 무서워했고, 예언대로 트럼프가 될 것인지, 힐러리가 될 것인지 무철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 서약서에는 역학자의 왼손을 먹물을 묻혀서 손바닥 지장을 찍어놓았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왜 서약서에는 예언이 틀리면 오른쪽 새끼 손가락을 절단한다고 해놓고 왼쪽 손바닥 지장을 찍어놓았느냐?’고 뒤에서 꿍시렁거렸다. 그러나 아무도 역학자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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