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탑
처음에는 몰랐다
바림에 실려온 미소 조차
이렇게 가슴 깊숙이 박힐 줄이야
반복되는 만남의 시간들
익숙해진 언어가 남긴 침전물
그 때문에 울고 웃었던 그 가을의 찻집
그것이 정이었던가
새벽길에 뿌려진 안개비처럼
깊숙이 파고 들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던 몸짓
우리는 망각의 강을 건넜다
언젠가부터 멈추었다 너는
잿빛 포도송이를 그리며
차가운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건
흘러간 시간처럼
차가운 기억인 거야
무너진 탑을 보며
한 때 공들여 쌓고 있었던
우리 둘만의 손길을 어루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