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꿈>

 

 

태양이 이글거리는 정오

고기를 가득 실은 배에서

우리는 샴페인을 떠뜨리고

지폐의 검은 그림자와

욕망의 비릿한 냄새를

온 몸에 가득 채운다

 

며칠을 밤낮 없이 항해했다

꿈에 그리던 도시의 불빛을 따라

불나방처럼 속도를 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살갗의 접촉은 딱딱한 비늘만 늘렸다

 

거친 신음소리에 놀라 깬 순간

모든 것은 허공으로 날라가고

어둠 속의 무인도에 닿았다

 

너와 나는 유일한 존재

노아의 홍수가 끝났을 때

우리는 마침내 방주에서 내렸다

 

그곳은 오히려 평온했다

모든 위선과 가식을 벗고

더러운 욕정을 버리고

군중속의 고독에서 해방되었다

오직 평화와 안식만이 있었다

 

복잡한 이태원의 밤거리보다

낯선 섬에서의 빛과 어두움은

더 선명하게 구별되었다

해가 뜨고, 별이 뜨고

달빛과 반딧불만이

녹슬은 영혼을 비춰주었다

 

삶의 방식이 달라져

남자와 여자의 구별은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사랑은 찾아왔다

거북이의 걸음으로

아주 오랜 시간

우리는 아주 높은 사랑의 언덕을 기어올랐다

그곳에서 몽마르뜨의 초상화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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