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순수를 위하여>
솔향기 가득한 곳에서
한때 뜨거운 열정이
숲 전체에 퍼진 적이 있다
너는 성난 사자처럼 울부짖고
나는 거역할 수 없는 시간에
날개를 접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낯선 이방인들의
뜻모를 언어에 부딛힌다
어둠이 깔리며
사랑과 미움이 뒤엉켜
수많은 상처를 뿌리고 있다
운명 같은 사랑이
사랑 같은 운명이
서로를 짓밟은 채
허공을 보고 있다
언젠가 모든 기억마저 사라지고
우리는 고독의 빙점에 서서
얼음처럼 차가운 독백을 읇조리며
삶을 갈기갈기 찢으며 해부하리라
그곳에서
오직 하나의 붉은 순수
사랑의 진실만이 불타는 장면을 만나고
그동안 흘렸던 숱한 눈물이
위선의 표피였음을 인정하고
뿌리 없는 사랑의 부존재 앞에
허망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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