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차로
퇴근길에 FM라디오에서 외국 사람이 연주하는 ‘세노야’ 피아노곡을 들었다. 외국 소프라노가수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도 들었다. 두 곡 모두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정감을 담고 있다. 우리 가곡, 우리 가요를 외국 가수와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는데도 같은 감성을 느낄 수 있음은 무슨 이유일까?
봄이 한층 가깝게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떠밀려 가는 건지, 세월이 우리를 이끌고 가는 건지 잘 모르지만 계절의 변화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고, 인생이란 정지된 것이 아니고 계속 흘러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커다란 교차로에서 신호등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파란불에서 노란불로 바뀌면서 빨간불이 나타난다. 파란불의 상태에서 계속 진행하다가 노란불이 나오면 정지할 준비를 해야 한다. 계속 진행하면 곧 바로 빨간 정지신호가 나오면서 좌우 옆차선에서 다른 차들이 나와 매우 위험하게 된다.
신호는 그것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신호를 따르지 않으면 중대한 위험이 초래된다. 위험은 즉시 나타나지 않아도 잠재하고 있다. 그게 신호의 의미이며, 신호의 중대성이다. 교통신호는 생명을 담보하고 있다.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된다.
신호가 있으면 안전하다. 신호가 없는 교차로라든가, 신호등이 고장난 상태에서는 불안하다. 모든 상황이 신호에 의해 나타나고, 그 신호를 따르기만 하는 상황이 되면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
번화한 교차로에서 신호등의 작동상황을 보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랑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다. 반드시 상대방과 함께 가는 운행하는 길이다. 그래서 사랑은 두 사람이 만나 이성과 감성을 나누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필연코 두 사람은 교차하게 된다. 서로 부딛히게 된다. 자유방임상태로 두면 두 존재는 서로의 방향과 속력으로 인해 충돌하게 되고 그 충격으로 인해 존재 자체가 소멸되거나 중요한 부분을 상실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사랑의 교차로에는 두 존재를 조종해 주는 신호등이 필요하다.
신호는 두 존재가 지향하는 서로 다른 방향을 나타내 주기도 하고, 진행속도를 조절해 주기도 한다. 두 실존이 충돌할 위기를 모면하게 해 주기도 한다.
신호는 두 실존의 공존과 화합을 위한 조화를 가져오며 따라서 생명을 보존해 주는 생수와 같은 역할을 해 준다. 그래서 절대로 필요하며 이 신호체계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면 사랑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된다.
사랑의 신호체계는 도로에서의 교통신호등과 달리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신호가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신호의 중요성도 모른다. 신호를 따를 의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이 신호체계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당사자 두 사람이 서로가 협력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신호체계를 만들어 어떻게 작동을 시켜야 할 것이지 운용시스템에 대해서도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
내가 이런 상태가 되면 이렇게 도와 달라고 한다든가, 이런 적신호에서는 서로가 냉각기간을 가지고 이렇게 풀어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고도의 기술과 인식방법에서의 수준을 필요로 한다. 아름다운 사랑은 결코 무심코 가볍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신호체계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서로가 만들어놓은 신호체계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신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오늘도 사랑의 교차로에서 서로가 부딛혀 깨지고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신호의 중요성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석양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는 시간에 아름다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두 존재가 어떻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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