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름다운 슬픔

 

해가 서산에 걸쳐 있다. 하루 종일 생명 있는 존재들을 비춰주고 이제 쉬려는 시간이다. 바람이 분다. 홀로 강변에 서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붉은 노을에 강은 물들고, 사랑에 젖은 꽃잎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 고요한 시간에 조용히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사랑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왜 사랑하고,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사랑이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가슴 속에 들어와 자리잡은 채 온통 그것에만 매달리게 하고, 삶을 지배한다. 사랑은 마음을 사로잡고, 한없는 기쁨과 충만감, 안정감을 준다. 그럼으로써 삶의 진수를 채운다.

 

하지만, 사랑은 우리를 속상하게 하고, 긴장시키며 때론 분노케 한다. 가슴 아프게 만든다. 헤어나지 못할 상처를 안겨 준다. 삶을 포기케 하며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지만 슬픈 형상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밖에 없다.

 

살아가면서 만났던 다양한 형태의 사랑들은 삶의 중요한 요소다. 본질을 구성하고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랑의 이중성을 눈여겨 보고 싶었다.

 

사랑의 빛 때문에 환희에 몸서리치고, 사랑의 그림자 때문에 처참한 눈물을 흘리는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반추해 보고 싶었다. 그럼으로써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화석에 새겨 보려고 했다.

 

모든 사랑, 모든 인생의 아름다움은 외적인 형식이나 존재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다. 그 사람의 영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영혼을 깨끗하게 하면서, 그 영혼을 다른 사람의 가슴 속에 담아 두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정을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간직하는 일이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목숨을 걸 정도로 집착하게 되는 것은 사랑의 아름다움과 그로 인한 영혼의 떨림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과 사랑 때문에 겪었던 너와 내가 겪었던 고통들을 하얀 화폭에 그려보았다. 서툰 언어 때문에 표현하려고 애썼으나 끝내 다 하지 못했던 행간 사이의 의미는 여백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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