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첩을 두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아들 이름을 <민첩>이라고 지었다

 

민첩의 아버지는 민첩을 낳기 전에 아내와 사이가 나빴다. 어머니는 모든 것이 평범했다. 특별히 못나거나 부족한 것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아버지 눈에만 못생기고 부족한 것이 많았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무시하고 여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여자를 만나서 첩을 만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민첩의 어머니는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민첩의 어머니는 아들 이름을 지으러 역학자에게 찾아갔다. 어머니는 역학자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역학자는 어머니에 대해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역학자는 어머니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자네 이번에 아들을 낳았구먼. 자네가 말 안해도 나는 다 알아.”라고 했다. 어머니는 놀랐다. 아들 낳은지 겨우 한달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말도 하지 않았는데, 출산사실을 알고 있을까? 게다가 물론 확률은 딸 아니면 아들이니까 50%지만 어떻게 자신 있게 아들이라고 딱 집어서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신통하고 놀라웠다.

 

아니, 어떻게 그걸 아세요?”

자네는 배는 쑥 들어가고 얼굴은 퉁퉁 부었어. 그러니까 딱 보면 세 살 먹은 어린애도 배에서 무언가 큰 것이 빠져나간 것을 알 수 있어. 그리고 비록 부은 얼굴이지만 무언가 좋은 일이 있는 얼굴이야. 그건 바라던 아들이 나왔으니까 자연히 얼굴에 좋다는 뜻이 쓰여있어.”

 

. 맞습니다. 아주 정확하시네요.”

그래. 지금 찾아온 이유는 아들 이름 짓는 것하고, 남편 첩을 떼어버리고 싶어서 그런 거지?”

 

정말 이 도사는 족집게였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알아서 해주는 척척박사였다. 그런데 어머니가 볼 때 역학자의 얼굴이 너무 음흉하게 생겼고, 여자만 무척 밝히게 생겼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어머니를 쳐다보는 눈빛이 마치 신혼 첫날밤 이불 위에 누워서 새색시 껴안으려고 입안에서 침을 마르며 기다라고 있는 사람 같았다. 말하면서 가끔 어머니를 보고 입맛을 다졌다. 어머니는 대화를 하면서 여자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남자는 처음 보았다.

 

. 아들 이름을 잘 지어주세요. 커서 대통령 하게 해주세요. 대통령이 못되면 국무총리라도 하게 해주세요.”

그건 말도 안 돼. 자네 뱃속에서 그런 인물은 나올 수 없어. 큰 인물은 우선 씨보다 밭이 좋아야 하는데, 자네 밭은 아주 평범해. 축구선수가 된다고 해도 메이저팀이 아닌 마이너팀 예비선수로 뛸 수 있는 정도야. 당구를 시키면 국제대회에는 못 나가고 그냥 군단위 군수배당구선수권대회에 나가서 동메달 받을 거야. 그러니까 밭이 좋지 않으면서 수박 최상등급으로 팔아먹으려고 했다가는 사기죄가 되는 거야.”

 

. 잘못했습니다. 남편이 바람은 펴도 첩은 두지 않게 해주세요.”

자네 신랑은 타고난 바람꾼이야. 그걸 완전히 막으면 그 사람은 물에 빠져 죽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완전히 수맥을 막지 말고, 숨통은 틔어줘야 해. 다만, 이번에 아들까지 낳았는데, 첩으로 여자를 두면 나중에 상속문제라든가 혼외자 때문에 공직을 맡기가 어려워져. 첩은 무조건 막아야 해.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모든 가정에서 첩을 막는 것이 최고 우선순위였어. 그래서 살수대첩, 진주성대첩, 한산도대첩이 있었던 거야. 정말 첩은 있어서는 안 될 사회악이야. 법에서도 <간첩>은 사형시키잖아?”

 

. 꼭 첩은 없애주세요. 부탁합니다.”

그러러면 아들 이름을 민첩이라고 지어. 그래야 신랑이 더 이상 첩을 두지 않고, 현재 있는 첩도 3년 이내에 떨어져나가게 돼. 민자는 첩을 밀어내서 신랑을 첩이 없는 상태, 즉 무첩(無妾)으로 만든다는 뜻이야. 원래 더 확실하게 하려면 <민첩>이 아니라, <밀첩>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비웃을 수 있어. 그러니까 <민첩>으로 해, 만일 그래도 신랑 첩이 떨어져나가지 않으면 나한테 다시 와. 그때는 더 강력한 이름을 새로 지어줄 테니까. 그때도 공짜는 아니야. 돈을 내야 돼!”

 

민첩 어머니가 일어나서 나오려고 하자, 역학자는 한 마디 더 했다. “우리 말에 민짜라는 말이 있잖아? 옷을 만드는 천에 아무 무늬가 없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첩이 민짜라고 하면 부부생활에 알록달록한 다른 색깔의 얼룩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뜻인 거야. 첩은 두 사람 사이에 들어설 여지가 없게 돼. 하지만 이름만 지어놓고 있으면 안 돼. 기회 있을 때마다 아이 이름을 불러주어서 신랑이 하두 첩 소리를 들어서 귀가 아프도록 만들어야 해. 아이 이름을 부를 때, ‘민첩아이렇게 부르지 말고, 그냥 민자 빼고, ‘첩아라고 불러. 그러면 자네가 신랑 ()’을 부르는 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첩을 미워하게 돼. 알았지. 아이고~ 불쌍하지만 사랑스런 여편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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