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랑, 아픈 가을(painful love, painful autumn)l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낙엽이 쌓인다. 벼를 배고 난 벌판에는 진한 외로움이 깔려있다. 가을이 저 혼자 깊어가면서 외로움도 처절하게 신음소리를 낸다. 가을이기 때문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지만, 사랑은 언제나 가을에 떠난다. 가을은 사랑이 가장 심하게 아픔을 경험하는 때다. 그래서 사랑도 아프고, 가을도 아프다.
사랑이 아픈 것은 꼭 이별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은 도중에 흔들거리기도 한다. 갈등이 힘겨워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 모든 흔들림, 갈등은 가을에 나타난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랑을 무너뜨린다. 사랑을 파괴하는 결실은 과일처럼 가을에 성숙하여 더욱 힘을 발휘한다. 사랑이 깨어지는 순간 지독한 파괴력을 경험한다.
사랑을 파괴하는 무서운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상대방에 대한 실망, 배신감, 감성의 냉각, 누적된 무관심 등이다. 이런 것들이 사랑을 파괴한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이기 때문에 파괴되는 과정 역시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일들이 가을에 일어난다. 고운 빛의 단풍으로 물들고, 선선한 바람이 가슴속을 파고 드는 계절에 사랑은 혼자 병들고, 약해지고, 소멸한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는 찬바람이 곧 메우게 될 것이다. 칼날 같은 매서운 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시베리아의 고기압이 아주 차가운 바람을 몰고 온다.
그것은 사랑을 형해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아주 처참하게 사랑은 짓밟히고, 지상에서 사라진다. 아주 영원히 소멸한다.
아픈 사랑은 아픈 가을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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