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는 법
어떤 항소심 사건을 맡았다. 우리 법인과 다른 법인이 공동선임했다. 항소이유서를 각자 작성해서 제출하기로 했다. 완성된 항소이유서는 각자 70쪽, 90쪽이 된다. 적지 않는 양이다.
항소이유서를 작성하는데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렸다. 그만큼 1심 기록과 수사기록을 보고 따지고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한 변호사들의 노고가 대단하다.
변호사는 누가 뭐래도 자신이 맡은 사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맡은 사건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 그게 변호사의 할 일이고, 임무다.
가끔 어떤 변호사들은 자신이 맡은 사건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소소송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상대 변호사가 작성해서 제출하는 서면의 부본이 우리에게 오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하는 변호사는 비록 상대편 변호사라고 해도 속으로 존경한다. 반대로 열심히 하지 않는 변호사를 보면 속으로 우습게 알게 된다.
어떤 변호사들은 자신의 송무사건은 열심히 하지 않고, 매스컴에나 나가거나 정치판에 뛰어든다. 그러면 자연히 자신이 맡은 사건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변호사로서 정도가 아니다. 그럴 것 같으면 처음부터 사건을 맡지 말아야 한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교수는 모름지기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지도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정치판에 뛰어다니면서 유명세나 얻고 정권이 바뀌면 장관이 된다. 국회의원이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무엇인가? 교수가 제대로 강의도 하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니니 학생들은 피해자가 된다. 그러러면 아예 교수를 그만 두고 처음부터 정계에 입무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 수가 갑자기 늘어나서 사실 변호사업계는 난리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에 더 열심히 변론하고 당사자를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하는 일은 열심히 하지 않고, 공연히 국제정세,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모든 분야에서 모르는 게 없는 만능인이 되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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