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2)
그러다가 어느 날 마침내 이태원 클럽에서 명훈을 발견했다. 명훈은 제니와 단 둘이서 테이블에 앉자있었다. 두 사람은 너무 다정해보였다. 한눈에 봐도 연인이었다. 그 클럽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한쌍의 환상이었다. 호수에 떠있는 백조와 물가에 있는 공작이었다.
“오랫만이야. 오빠!”
“아니. 여기는 어쩐 일이야?”
“앉아도 될까요?”
명훈은 지현과 그 일행인 명자를 보자, 얼굴이 굳어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가자. 여기서.”
“잠깐 나 좀 봐요. 그럼 밖에 나가서 이야기해요.”
명훈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계산은 제니가 하는 것 같았다.
“이 봐요. 명훈씨는 내 아이 아빠예요. 알았어요.”
클럽에서 나가는 명훈을 명자가 뒤쫓아가서 붙잡았다. 벨트를 붙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웨이터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여자가 남자를 붙잡으니 별 일이 없을 것으로 알고 내버려두었다.
지현은 제니에게 자신이 명훈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간단히 말하고 명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제니는 이런 상황을 보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곧 바로 클럽을 나가버렸다. 지현와 명자, 그리고 명훈은 부근에 있는 카페로 갔다.
“오빠. 왜 전화도 차단하고 연락을 안 했어? 그동안 잘 지냈어?”
“우리 사이는 다 끝났잖아? 무슨 할 말이 있어? 나 지금 바빠. 여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 가 봐야 해. 다음에 봐.”
명훈이 일어나려고 했다. 명자가 격해졌다. 갑자기 탁자를 세게 쳤다. 그리고 두 주먹을 쥐었다. 마치 격투기를 하려는 자세처럼.
“아니. 이 봐요. 내 친구가 당신 아이를 낳으려고 하고 있어. 그런데 지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어떻게 책임질 거야? 당신 부모에게 연락해. 지금 같이 가서 만나.”
“이 여자 아이가 내 애라는 걸 어떻게 알아? 증거를 대봐. 이 여자는 수없이 많은 남자와 잠을 잔 거 내가 알아. 워낙 남자를 밝혔어. 나하고 할 때도 혼자 좋아서 몇 번씩이나 해달라고 했어. 아주 지저분한 창녀야.”
“이 미친 XX.”
갑자기 명자가 명훈의 뺨을 세게 쳤다. 맨날 술이나 먹고 여자를 밝혀서 몸이 약해져서 그런지 명훈의 코에서 피가 났다 시커먼 죽은 피였다. 영혼이 썩었으니 코피도 선혈이 아니고 더러운 검은 피였다.
“야 이 나쁜 XX 봤나? 너 빨리 부모에게 전화해. 지금 만나러 가게.”
명자는 명훈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명훈이 달려들었다. 명자는 순식간에 명훈을 때려 굴복시켰다. 명훈이 무척 아픈 표정으로 다시 앉았다. 오랜 실강이 끝에 명훈은 자신의 어머니를 바꾸어주었다.
“엄마, 잠깐만요. 전화 바꿔줄게.”
“여보세요. 저는 명훈이 아이를 가진 사람입니다. 벌써 5개월째에요. 아이를 낳는 문제를 상의드리려고요. 만나주세요.”
“아니 무슨 말이예요. 도대체. 명훈이가 몇 살인데 아이를 가져요?”
“정말이예요. 제 연락처를 남길테니 나중에 전화해주세요. 부탁입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지현은 울음이 북받쳐 더 이상 전화를 하지 못하고 끊었다. 명훈 엄마는 계속해서 명훈에게 전화를 했으나, 명훈은 명자가 무서워서 엄마의 전화를 더 이상 받지 못했다.
“오빠. 나는 오빠만 사랑해. 아이를 낳아서 열심히 키울게. 오빠는 대학교 졸업하고 내 곁으로 와. 그동안은 내가 혼자서 낳아서 잘 키울테니까. 오빠 알지? 내가 얼마나 오빠를 사랑하는지?”
“정말 왜 이래? 내 애기도 아닌 걸 가지고 이렇게 나를 괴롭히고, 공갈치고, 내가 가만 있지 않을 거야. 당신들 공갈범이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
“오빠 그러지마 오빠가 다 알고 있잖아. 나하고 잘 때 나만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했을 때 너무 좋아했잖아? 그리고 낳아서 잘 키우자고 수없이 맹세했잖아?”
지현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지현은 혼자 이렇게 생각하고 수없이 되풀이해서 자신을 세뇌시겼기 때문에 적어도 지현에게는 이 말들이 진실이었다. 명훈이 그런 말을 했던 안 했든간에.
명훈은 지현이 울면서 매달리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정말 내가 재수 없이 악질을 만났구나! 큰일 났네! 제니도 잃어버리게 생겼어. 아빠도 난리를 칠 거고. 이걸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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