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 강변에서>

 

비가 그친 미사리둑방을 걸었다.

반바지에 반팔이니 가볍고 상쾌하다.

양쪽에 나무가 촘촘히 들어서 있어

가끔씩 나뭇가지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한강이 불어서 흙탕물이다.

머릿속은 텅 비어 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머리를 비우니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빠른 속도로 걸었다.

공기가 맑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가까웠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그야말로 일장춘몽!

한 여름밤의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미사리 강변 입구에 작은 커피숍이 있다.

그곳 사장님이 직접 색소폰을 분다.

걸음을 멈추고 연주를 듣는다.

삶의 애환이 구성진 음을 따라

강변에 퍼진다.

 

돌아오다가 지하철 5호선 연장역인 하남풍산역을 구경했다.

일부러 1번 입구로 들어가보았다.

새로 개통을 해서 그런지

규모도 크고 아주 깨끗하게 잘 되어있었다.

 

<인생은 짧다.

일장춘몽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껴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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