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카섹스로 걸렸던 사람이 시장 선거에서 후보로 출마하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공칠은 그 후 까맣게 잊고 지냈다. 5개월쯤 지나서 그 지역 시장 선거가 있었다. 공칠은 깜짝 놀랐다. 시장 후보로 나오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 프로필을 보니, 시청에서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가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낸 것이었다. 그러니까 몇 달 전에 공칠의 단속에 걸렸던 카섹스사건 때에는 시청의 현직 국장이었다.

 

‘어떻게 시청 국장이라는 높은 분이 아주 새파랗게 어린 여자애와 카섹스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위선자가 시장에 당선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가만 있을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는 대통령만 빼고 모두 카섹스를 할 권리가 있고, 자유가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카섹스를 한다. 자동차가 없는 경우에는 할 수 없다. 자동차가 있는 경우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차안 성관계다.

 

지금까지 언론에도 카섹스문제가 많이 거론되었다. 어떤 공무원은 카섹스한 것 때문에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공칠은 혼자 이상한 정의감에 사로잡혔다. 몇 달 전의 일이었지만, 당시 그 국장이 너무 격렬하게 카섹스를 하고 있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어서 공칠도 매우 심하게 성적 흥분을 느낀 것이 아직도 생생했다.

 

공칠은 국장과 같은 사회 저명 인사가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젊은 연예인을 애인으로 두고, 카섹스나 하면서 시청에서는 아주 모범적인 사람처럼 떠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아주 나빴다.

 

공칠이 모시고 있는 나민첩 사장은 시청 국장과 라이벌로 선거에 나온 반대 후보 정국영을 지지하고 있었다. 민첩은 정국영과 몇 년 전부터 아주 친하게 지내오고 있는 사이였다.

 

3년 전 민첩은 정국영의 부인으로부터 정국영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받았다. 민첩은 당시 정국영이 젊은 여자 애인에게 오피스텔을 얻어주고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구체적인 정보를 정국영의 부인에게 전해주면 성공보수로 500만원을 더 받기로 되어 있었다. 김민첩은 워낙 약은 사람이었다. 수집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정국영과 협상을 했다.

 

“이 자료를 당신에게 줄 테니, 천만원을 달라. 당신 부인에게는 증거를 못 찾은 것으로 사건을 종결짓겠다.”

 

이렇게 협상을 해서 민첩은 수집한 자료를 부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모두 정국영에게 넘겨주었다. 그 대가로 천만원을 받았다. 물론 이런 경우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현찰거래를 한다.

 

그런 다음부터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같이 술도 마시러 다녔고, 각자의 애인을 대동하고 같이 여행도 다녔다. 서로의 비밀을 지켜줄 의리 있는 사람들이었고, 바람 피는 취향도 비슷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남자들은 가까운 학교 동창과는 같이 다니면서 바람을 피지 않는다. 그것은 비밀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만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마음 놓고 같이 바람을 피러 다닌다. 골프를 같이 치러가기도 하고, 해외여행도 이렇게 팀을 짠다.

 

공칠은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시장 선거 후보로 나온 그 사람을 찾아가서 만났다. 백상무 후보는 깜짝 놀랐다. 아무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공칠이 찾아오니 무척 긴장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쩐 일이요? 그동안 잘 지냈소?”

“예. 저는 원래 하던 대로 지역 환경정화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장 선거에 나오셨다면서요? 꼭 되시기를 바랍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하하. 없어요. 마음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당선되면 한번 만나요. 같이 지역발전을 위해 상의합시다.”

 

시장 선거는 초반부터 매우 뜨거웠다. 기존에 시장을 하던 사람은 삼선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막판에 정당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me too에 연루되어 물의를 일으켰다.

 

시장으로 있을 때 유부녀인 시청 과장과 사이에 있었던 스캔들이 루머로 확산되었다. 그 유부녀 과장의 남편이 지역 언론에 폭로했다. 유부녀 과장은 남편과 사이가 나빠 별거하고 있었는데, 시장과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자주 만나게 되고, 가깝게 지내자 남편이 의심을 하고 시장실에 찾아가 행패도 부렸다.

 

시장과 과장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시내 모텔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일요일 오후 시간에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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