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흥신소 직원이 독자적인 지역 유지들의 사생활을 감시하다

그 후 공칠은 자연스럽게 효숙과 가까워졌다. 효숙은 창남의 일로 인해 인생관이 완전히 바뀐 것 같았다. 절대로 남자를 믿지 않게 되었다. 유부남인지 철저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다만, 공칠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공칠은 처음에는 효숙이 불쌍하고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인간적인 동정심에서 같이 만나주고 육체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깊은 정은 들지 않았고, 효숙과의 잠자리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서 만나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다. 그러자 효숙은 또 한번 커다란 실망을 하고, 좌절감에 빠지는 것같았다.

 

효숙은 창남과의 문제 때문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놀고 있었다. 공칠이 하는 일을 보더니 그 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공칠은 효숙에게 정식 직원은 아니고, 공칠이 맡아서 하는 일을 프리랜서로 도와주면 약간의 보수를 줄테니 와서 일을 배우라고 권유했다. 효숙도 좋다고 하고, 두 사람은 더 이상의 남녀관계는 쿨하게 끝을 내고, 공칠을 비공식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시작했다.

 

어느 날 민첩은 공칠에게 중요한 일을 맡겼다. 의뢰인이 해외에서 거액을 투자받아 제주도에 호텔을 짓고 클럽도 운영하고 골프장을 인수한다는 것이었다.

 

그 의뢰인은 제주도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민첩에게 제주도에서 여러 사람의 뒷조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민첩은 이 임무의 팀장으로 공칠을 시켰다.

 

워낙 중요한 프로젝트라 민첩의 입장에서도 그동안 일처리를 매우 매끄럽게 잘 하고, 책임감 있어 보이는 공칠에게 일을 맡긴 것이었다.

 

공칠은 신이 났다. 그래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일단 효숙만 데리고 제주도로 갔다. 두 사람은 경비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모텔룸을 하나 얻어 같은 방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효숙이 같은 방에서 잠을 자도 침대를 따로 쓰고, 절대로 몸을 건드리지 못하게했다. 그러면서 선언을 했다. ‘앞으로는 우리는 어디까지나 일을 하는 파트너지, 남녀 관계는 끝난 거예요.’

 

공칠은 처음에는 효숙의 이 말을 장난으로 들었다. 하지만 효숙의 의지는 매우 강했고, 태도는 아주 단호했다. 만일 섣불리 접근을 했다가는 잠잘 때 성기를 절단해버리거나, 혀를 물어뜯어버리거나, 정 안 되면 경찰에 성폭력사범으로 신고를 할 것 같았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공칠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을 가지고 효숙이 저절로 풀어지기를 바라고 같이 할 일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

 

일주일간 열심히 일을 하고, 주말에 피로를 풀기 위해 공칠은 효숙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갔다. 처음 간 곳은 에코랜드였다. 에코랜드에서 순환열차를 탔다. 영국에서 운행하던 기차의 모형을 따서 비슷하게 만든 것이었다. 두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 다음, 건강과 성 박물관을 구경했다. 홍보물을 보니 세계 최대 규모의 성박물관이라고 되어 있었고, 유일한 성건강/ 성교육/ 성문화의 메카라고 되어 있었다.

 

공칠의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정조대’였다. 정조대(Chastity belt, 貞操帶)는 속옷처럼 입을 수 있는 잠금장치로, 착용자의 성교나 자위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정조대는 강간이나 성적 유혹 행위를 막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정조대는 십자군 기간 동안 기사들이 아내들을 성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정조대를 채웠다고 한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정조대는 쇠로 만든 것이었다.

 

설명에 정조대를 오래 차고 있으면 청결에 문제가 있어 곤란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공칠은 정조대의 실물을 보면서 과거에 인간은 얼마나 무지했고 야만스러웠는지 알 수 있었다. 여성의 인권이 얼마나 남성에 의해 짓밟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흥신소 업계에서 민첩은 그야말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뿐만 아니라 흥신소사업이 자리를 잡자, 민첩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민첩은 기획부동산회사도 차리고, 술집도 차렸다. 보험대리점도 차리고 휴대폰매장도 계열회사로 두었다. 자동차도 벤츠로 바꾸었다.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검은색 밴 큰 차량도 구입했다.

 

이런 베테랑 사장 밑에서 열심히 일을 배운 결과 공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흥신소에서 정식으로 맡아서 처리하는 업무 이외에 공칠은 혼자서 독자적으로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지역에서 행세하는 사람들의 뒷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공칠은 그 지역의 시장이나 농협조합장, 교장 등을 선정한 다음, 꾸준히 그들의 뒷조사를 했다. 대상자들을 미행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그들의 사생활을 감시했다.

 

그 지역에 있는 몇 군데 으슥한 데이트 장소를 찾아서 차안데이트 하는 것을 감시했다. 공칠은 이런 일을 계속하다 보니 완전히 전문가가 되었다.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손바닥처럼 꿰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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