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부부가 짜고 남편이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맺은 다음, 위자료를 받아내다

 

공칠은 200만원만 받기로 하고, 효숙이 만나던 남자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서 주었다. 효숙이 그 남자를 만날 때 공칠은 친척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같이 나갔다. 효숙은 펄펄 뛰었다.

 

“아니, 총각이라고 그렇게 거짓말을 하더니, 끝내 마누라와 짜고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거야?”

“무슨 말이야? 유부남이라고 처음부터 이야기했잖아? 당신이 우리 집앞까지 여러 차례 와서 보고 가놓고, 왜 거짓말을 해? 당신이 과거 남자와 연애하다가 실패한 이야기도 나한테 했잖아? 이번에 아이를 가졌다는 것도 내 아이가 아닌 것이 확실한데,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치는 거야? 당신이 꽃뱀 같아서 내가 멀리하게 된 거잖아? 당신 때문에 나는 지금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고, 이혼까지 당하게 생겼어. 그러면 우리 아이는 불쌍해서 어떻게 해? 내가 이혼 당하면 아이를 데리고 나올 테니까 당신은 나와 결혼해야 될 거야!”

 

“정말 당신 나쁜 사람이네요. 유부남인 사실을 속여서 연애를 해놓고, 아이까지 배게 한 다음 마누라와 짜고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거야? 지금!”

 

공칠은 순간적으로 흥분했다. 물컵을 들었다 꽝하고 탁자를 내리쳤다. 그런데도 창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잘못했다가는 곧 경찰을 부를 표정이었다. 공칠은 그 다음부터 곧 바로 창남의 뒤조사를 했다. 창남은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장사를 하다가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창남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 그것을 가지고 여자가 꼬시고 있었다. 효숙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여자를 건드려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부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서 부인으로 하여금 상대 여자를 만나 유부남과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약점 잡아서 오히려 돈을 받고, 여자를 떼어놓았다.

 

부인은 몇 번 이런 일을 해보더니 아주 프로가 되었다. 창남은 여자를 만날 때 반드시 직장이 있는 여자만 골랐다. 그래야 나중에 부인이 돈을 받아내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보통 천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돈을 받아냈다. 창남은 그 돈에 손을 대지는 않고, 모든 돈은 부인이 받아서 부인이 알아서 쓰도록 했다.

 

부인은 처음에는 창남이 바람 핀 것을 알고 무척 흥분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당연한 법률사무로 생각하고 무감각해졌다. 공짜로 목돈이 들어오니 기분도 좋았고, 부인은 창남과 잠자리에 흥미를 잃은지 오래되었고 애정도 완전히 식은 상태였기 때문에 창남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묵인해주었다.

 

이런 묵인의 대가로 창남은 돈 있고 능력 있고, 체면 있는 여자를 만나서 부인이 나중에 돈을 뜯어내게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창남의 부인은 밖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서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공칠이 뒷조사를 해서 밝혀낸 사실은 이 정도였다. 하지만 법은 이런 경우 어떻게 효숙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창남의 부인은 효숙을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효숙은 창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공칠이 소개해 준 젊은 여자변호사가 효숙의 사건을 맡아 변론을 했다.

 

법원에서는 오랜 재판 끝에 효숙의 편을 들어주었다. 효숙은 창남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데이트를 하고 성관계를 했다는 판결이 났다.

 

그 대신 효숙이 창남을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창남은 효숙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칠은 나중에 효숙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아보았다.

 

‘혼전 성관계를 가질지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결혼을 한 사람인지 여부는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되는 사실이다.’ 맞는 말이었다.

 

‘어느 일방이 자신의 혼인사실에 관해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지하거나 상대가 착오에 빠지도록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모두 상대당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공칠은 판결문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론이 500만원이라는 사실에도 코웃음을 쳤다. 유부남이 총각 행세를 하고 미혼인 여자와 수십차례 성관계를 하고 재미를 보았는데, 그에 대한 위자료가 고작 500만원이라니 우스웠다.

 

아이를 임신시키고 낙태를 하게 해서 몸을 망가뜨린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었다. 공칠은 만일 자신이 효숙의 형제라면 법으로 가지 않고 창남을 때려 다리를 부러뜨렸을 것이었다. 남자의 급소를 공격해서 성불구자로 만들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 남의 일이기 때문에 공칠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연히 다른 사람의 부정의에 대해 흥분할 필요가 없고 냉철한 마음으로 공칠은 자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

 

효숙은 판결문을 받아가지고 속이 무척 상했다. 소송비용도 못미치는 500만원을 받으라니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판결이었다.

 

변호사 말로는 그 돈도 강제집행을 해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창남 앞으로 된 재산을 찾아야 강제집행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효숙은 속이 상해 공칠 앞에서 울었다. 두 사람은 같이 술을 마셨다. 효숙은 혼자 소주를 세병이나 마셨다. 공칠도 따라서 소주를 다섯병이나 마셨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텔에 가서 하루밤을 보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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