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여자들에게 인기가 너무 좋아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나민첩 사장은 인물도 탤런트 같아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었다. 부인과는 별거를 하면서 수시로 애인을 바꾸면서 생활했다. 주로 돈이 많은 여자들이 나사장에게 목을 매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들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는 대부분 나사장의 것처럼 보여졌다. 사생활은 엉망이었지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나 자부심은 대단했다. 민첩의 꿈은 세계에서 최고 실력있는 흥신소를 만드는 일이었다. 미국에서 합법화되어 있는 탐정회사를 한국에서 성공시키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민첩은 평소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했지만, 몸에 좋다는 뱀탕을 즐겨먹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김민첩 사장의 별명은 날으는 독사였다. 민첩의 체력은 정말 대단했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에는 공무원을 접대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고, 10시가 되면 황제의 침실처럼 꾸며놓은 전용 오피스텔에서 잠자리실력이 탁월한 여자 애인과 관계를 열심히 한다.

 

새벽 6시에는 반드시 일어나 준비를 하고 회사로 가서 직원들과 왕복 2킬로미터 구보를 한다. 그 다음 사우나에 가서 몸을 푼 다음 회사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출근을 해서 일을 열심히 한다.

 

민첩의 애인들은 교대로 민첩과 잠자리를 하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았다. 민첩의 정력이 워낙 세고 테크닉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들과 관계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여자들은 민첩에게 자신들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같은 여자끼리 혹시 서로 아는 사이라면 곤란하고, 그중에는 유부녀도 있어서 비밀이 새면 가정파탄이 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것은 민첩은 이런 여자들에게 전혀 돈을 쓰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은 여자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민첩의 애인이 되면 그 여자들은 민첩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도와주려고 애썼다. 민첩 회사를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하든가, 주변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어 민첩 회사가 흥신소일을 맡도록 해주었다.

 

커피숍 가맹점에 가입하도록 연결도 시켜주었다. 만일 어떤 여자가 민첩에게 그런 사업상 도움을 주면 민첩은 보답하는 차원에서 그 여자에게 다음 달, 잠자리의 기회를 두배로 주었다.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것을 그 여자에게는 두 번씩 만나는 특혜를 베풀어주었다. 이것은 묵시적인 합의사항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이런 특전은 관행으로 정착되었다.

 

이 때문에 여자들은 더욱 열심히 민첩의 사업을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물론 이런 민첩의 여자관계는 철저하게 비밀로 했다. 직원들에게도 민첩의 오피스텔은 알려주지 않았다. 직원들은 민첩이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아파트로 알고 있었다.

 

공칠은 서울에서 재수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서 아버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나 공칠에게 아버지 하는 일은 도저히 자신의 적성과는 맞지 않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하기 싫은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공칠은 군에 입대했다. 해병대를 지원해서 들어가서 고된 훈련을 받았다.

 

해병대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공칠은 여기 저기 취직할 곳을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흥신소로 유명한 민첩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입사지원원서를 보냈다.

 

공칠은 이력서에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아버지가 사업을 잘 하고 있어 아버지 일을 도와주면 되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는 사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경찰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니 흥신소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적었다.

 

그리고 해병대에서 아주 열심히 군복무를 해서 사령관표창까지 받았다고 적었다. 생각 같아서는 아예 해병대에서 장기복무를 지망해서 평생 군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자꾸 전역하라고 해서 부득이 제대를 했다고 적었다. 채용만 해주면 목숨을 바쳐 일을 배우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썼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너무 잘 썼기 때문에 공칠은 민첩 사장 앞에 가서 면접을 볼 기회를 얻었다.

 

면접실은 특이했다. 검찰청 특별조사실처럼 유리창은 하나도 없는 작은 사각의 공간이었다.

 

벽은 모두 하얀색으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CCTV도 설치되어 있었다. 면접은 오직 민첩 사장만 보았다. 민첩 사장은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잠바 차림으로 나타났다.

 

메모지도 없고, 찻잔도 없이 오직 하얀색 탁자위에 마주 앉았다. 의자도 순백의 흰색이었다. 형광등도 백색으로 마치 수술실처럼 원형으로 중앙 가운데 아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 하얗기 때문에 공칠의 눈에는 마치 민첩 사장이 투명인간처럼 보였다. 마치 죽은 영혼처럼 느껴졌다. 민첩은 아주 낮은 소리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공칠도 따라서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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