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공직생활을 하면서 바람을 피는 남자의 심리는 무엇일까?

 

판사 부인은 남편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남편의 이름과 주소, 직장 이름, 남편 자동차번호, 남편 핸드폰, 남편의 주요 일상, 취미 등에 관해서 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판사 부인은 부잣집 딸이었다. 그런데 친정에서 판사와 결혼시키기 위해 중매비도 3천만원이나 주고 딸을 결혼시켰고, 강남의 고급 아파트도 사주고, 생활비도 다 대주었는데, 바람을 피고 있으니 머리가 돌아버릴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흥신소를 통해서 상대 여자를 확인하고 그 여자를 만나서 관계를 끊도록 할 생각이었다. 다만, 남편이 잘못하면 판사생활을 못하게 될 우려가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을 하고 있었다.

 

판사 부인은 민첩과 공칠에게 이런 저런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특별히 비밀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일이 잘 해결되면 나중에 두고 두고 현직 판사 부인으로서 흥신소를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줄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공칠은 일단 여자 친구를 불러서 협조를 부탁했다. 공칠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여자 친구가 뒤에 타고 사진을 찍은 역할을 담당했다.

 

공칠과 여자 친구는 오토바이에서 서로 꼭 껴안고 다니니까 관찰대상자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공칠은 대상자인 판사가 퇴근할 때마다 판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미행했다. 판사는 어떤 때는 택시를 타기도 했다. 무슨 회식이 있는 경우에 그랬다.

 

공칠과 여자 친구는 매일 복장을 바꾸었다. 어떤 때는 나이 들어 보이게 입고, 어떤 때는 아주 젊은 복장을 택했다. 선글래스를 쓰기도 하고 수시로 변장을 했다.

 

열흘 동안 뒤를 쫓다보니, 결국 파악한 것은 그 판사가 어떤 여자를 고정적으로 만나서 오피스텔을 다니는 것이었다.

 

그 오피스텔은 다른 남자 명의로 되어 있었다. 판사는 여자를 만나 같이 식사를 하고 항상 그 오피스텔로 가서 두 시간이나 세 시간 있다가 나오는 것이었다. 오피스텔에 같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개 여자가 먼저 들어가고, 판사는 20분 내지 30분 있다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올 때는 판사가 먼저 나와 기다렸다가 여자와 같이 차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공칠이 판사 부인 사건을 맡아서 처리하고 있는데, 뉴스를 보니, 어떤 판사가 불륜사실 때문에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하는 사건이 보도되었다.

 

해당 판사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때문에 그런지 뉴스에 판사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그 판사 부인의 얼굴도 나오지 않았다.

 

뉴스에서 그 판사는 오랫동안 다른 여자와 내연관계를 맺어왔다고 한다. 판사 부인이 판사의 여자관계를 의심하고 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부인은 상처까지 입었다는 사건이었다.

 

뉴스에서는 이 사건이 판사의 재판업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가정 내의 문제이지만, 다른 사안과 함께 징계에 회부되어 최종적으로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공칠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칠은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지만, 공부하는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서 그랬는지 결국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특히 소에 대한 공포심과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랬다. 하지만 공칠이 만일 공부를 잘 해서 대학교에 들어가고, 판사까지 되었고, 그 덕분에 부잣집 딸과 결혼까지 했다면 자신은 절대로 다른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부인은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보나 마나 얼굴도 예쁠 것이고, 몸매도 좋을 것이고, 좋은 대학교도 나왔을 것이고, 성격도 좋을 것이고, 남편에게도 잘 했을 것이 아닌가?

 

물론 판사 부인이라고 해서 모든 여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공칠은 아직 어리고 세상 경험이 적기 때문에 판사 부인이 못생겨서 성형수술이나 많이 하고, 몸매도 나쁘고, 대학교도 못나왔거나 꼴찌로 졸업했거나, 성격도 나쁘고, 남편 알기를 뭣같이 알고 무시하고 잘못 대해주고, 시집부모를 학대하거나 무시하고,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런 좋은 위치, 환경에 있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현직 판사님이 좋은 아내를 두고 밖에 나가 다른 여자, 그것도 아내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다른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성관계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외도문제가 왜 공식적으로까지 문제가 되었을까 하는 게 궁금했다. 그런 바람 피는 문제를 아내 이외의 제3자가 신고를 하거나 고소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같이 바람 피는 여자가 앙심을 품고 판사를 상대로 고소를 하거나 진정서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여자 역시 판사를 보호해야 할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 여자 역시 판사와 마찬가지로 판사 부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가 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그 여자와 판사는 판사 부인에 대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른바 위자료를 물어주어야 한다.

 

공직자가 바람을 피다가 문제가 되고 망신을 당하는 경우는 대개 유부녀와 연애를 하는 경우다. 이때에는 그 유부녀의 남편이 불륜사실을 알게 되면 가만 있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가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물고 늘어지면 공무원은 사회적 신분과 명예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려면 벌벌 떨면서 상대가 요구하는 돈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간통에 대한 위자료는 보통 3천만원 정도 되는데, 상대가 재벌이거나 공무원, 그것도 고위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몇 억원도 받아낼 수 있다.

 

유명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하던 사람의 차에 다친 피해자의 경우도 운전자가 국회의원 아들이거나 현직 검사라면 그 자리에서 천만원 이상도 받아낼 행운의 찬스를 얻게 되는 세상이다.

 

공칠은 그 전에 어떤 아주 높은 공직자가 부하 여직원을 간음했다는 사실로 언론에 크게 부각되고, 위계간음죄 및 강제추행죄로 징역을 몇 년 살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느낀 것은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명예가 있는 남자는 정말 여자관계를 조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남자들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공칠은 그러한 것은 모두 돈 있고 능력 있는 남자들의 문제이지, 자신처럼 대학교도 못나오고 평범하게 사는 남자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천지 세상 영역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공칠은 그동안 여러 사건에서 남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뒷조사를 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해주었다. 그때는 모두 자신보다 선배인 팀장의 지시를 받고 팀원으로서 보조역할만 해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칠이 단독으로 혼자서 판사의 뒷조사를 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았다.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사회적 신분이 현직 판사라는 점에서 공칠은 아주 특별한 관심을 가졌고 업무수행에 있어서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판사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사생활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흥미를 가졌다. 그래서 판사가 퇴근하면 매일 뒤를 따라 다녔다. 처음에는 판사는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

 

평일 퇴근하면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거나 다른 남자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어떤 때는 혼자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았다. 가끔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하고, 음악회에 가거나 미술작품전시회를 들르기도 했다.

 

동창회 같은 모임에도 참석하고 어떤 때는 혼자 저녁 식사를 하고 맥주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도 했다. 판사는 매우 외로워보였다. 늘 표정에는 고독이 서려있었고, 어두었다.

 

세상을 아무런 재미 없이 그냥 살아야하기 때문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았다. 판사 부인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뒷조사에 착수한 지 보름 동안 미행한 결과는 이처럼 특이동향이 없었다. 공칠은 민첩에게 그동안의 진행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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