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검사가 자신이 처리한 사건 피의자와 사적으로 만나다

 

민첩은 판사 부인을 불러서 공칠이 있는 자리에서 중간보고를 했다. 그러면서 민첩은, “우리 팀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철저하게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바깥 분은 집에 귀가하는 시간은 늦지만 여자를 만나는 것은 아니고, 혼자 이런 저런 취미생활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판사 부인은 이상하다고 했다. 여자의 직감으로 분명히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민첩은 더 사건을 진행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

 

판사 부인은 민첩과 공칠이 조사하였다는 내용에 대해 신뢰가 갔는지, 민첩의 말대로 추가비용을 냈다. 공칠은 계속해서 판사의 뒤를 밟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판사는 퇴근하고 시내에 있는 호텔 커피숍으로 가서 어떤 여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공칠은 오토바이로 판사의 차를 뒤따라 가서 호텔에서는 공칠의 여자 친구 정연을 커피숍으로 보냈다.

 

판사는 호텔에서 먼저 11층 룸으로 올라가고 곧 이어 그 여자도 같은 룸으로 올라가서 세 시간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판사와 여자는 따로따로 룸에서 나와 각자 호텔을 나왔다.

 

일주일에 한번씩 판사는 그 여자와 같은 호텔에서 만나서 커피를 마시고 룸에서 두 세시간을 보내고 나오는 것이었다.

 

공칠은 묘한 흥미를 느꼈다. 판사 부인에게는 이런 중요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혼자 정밀추적에 들어갔다. 몇 번의 이런 호텔에서의 밀회를 하던 판사와 그 여자는 어느 날, 오피스텔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공칠은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 두명을 불러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판사가 만나는 여자는 현직 검사였다. 두 사람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은 그 지역에서 이름 있는 건설회사의 사장 명의로 되어 있었다.

 

여검사 정희는 일년 전에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박금배사장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경찰에서 6개월 동안 고소고발사건으로 박금배사장을 수사하여 불구속으로 송치했다.

 

사건의 규모나 내용으로 보아 박사장의 사건은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사안이었다. 때문에 추검사도 추가조사를 철저히 했다.

 

수사관을 시키지 않고 추검사가 직접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했다. 불구속으로

송치된 사건이었기 때문에 여러 번 소환해서 조사를 했다.

 

한번 조사하면 보통 5시간 정도 걸렸다. 박사장은 자신이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잘못하면 구속도 되고 징역도 가며, 그러다 보면 회사는 부도도 날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추검사에 조사를 받을 때는 여검사의 얼굴 표정, 목소리, 열심히 조사하는 태도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박사장은 추검사가 추궁하는 질문에 부인하거나 변명한다기 보다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추검사를 도와주고 싶었다.

 

이런 과정에서 추검사도 박사장에게 묘한 인간적인 동정심이 일었고, 박사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관행적인 편법을 사용했고,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은 아니라는 심증을 형성하게 되었다.

 

추검사는 장시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사장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피의자나 범인으로서 아니라 자신을 여자로서 좋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육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박사장은 매우 의리있는 남자였고, 주변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며 회사 운영도 모범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라이벌 경쟁사에서 모함하는 내용으로 박사장 회사에서 나쁜 짓을 하다가 퇴사한 사람들과 결탁하여 고소고발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박사장은 변호사를 사서 자신의 사건에 대한 변론도 열심히 했다. 박사장의 변호사는 여자 변호사였다.

 

그 변호사도 검사생활을 하다 나왔기 때문에 추검사의 선배로서 박사장의 사건에 관해서 충분한 변론을 할 수 있었다.

 

무려 4개월에 걸친 오랜 수사 끝에 추검사는 박사장의 사건에 관해 대부분 무혐의처분을 하고 일부 업무상횡령사실에 대해서만 벌금처리를 하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박사장은 너무 고마웠다.

 

추검사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쉽지 않았다. 박사장은 자신의 여자변호사를 통해 같이 만나자고 했지만, 여자변호사가 즉각적으로 거절했다.

 

박사장은 추검사가 퇴근하는 것을 회사 직원을 통해 동선을 파악한 다음 어느 날 직접 추검사를 만났다.

 

그래서 어렵게 차를 마시는 기회를 가졌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박사장은 추검사와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사건은 이미 종결된 후이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을 갖지 말고 편하게 지내자고 하였다.

 

박사장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추검사에게 오피스텔을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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